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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관련 핵심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했다. 규제 대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의 핵심소재인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이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강제 노역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日제품 불매 리스트 등장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인터넷에서는 일본 불매운동 포스터가 등장했고 일본제품 불매 목록도 등장했다. 해당 목록에는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렉서스·혼다 △전자제품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의류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맥주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이 포함됐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일본제품불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을 공유하는 게시글들이 잇따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직장인 천정욱씨는 “이달 말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떠나려고 했지만 계획을 취소했다”며 “대신 우리나라 제주도나 부산으로 여행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조치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돼 7일 오후 2시 기준 3만2404명의 동의를 얻었다.
◇상인들 “일본 제품 판매 중단”
온라인뿐만 아니라 일본제품 불매 운동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다. 대학생단체 겨레하나 소속의 대학생들은 4일 일본대사관과 광화문 사거리,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겨레하나 관계자는 “1인 시위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전범 기업이 성장하도록 내버려둔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지난 5일에는 중소상인·자영업자단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일본 제품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히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판매 중단을 시작한다”면서 “이미 일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는 마일드세븐 담배와 아사히, 기린 등 맥주, 조지아 등 커피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 중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이 자발적으로 반품과 발주를 중단했으며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판매중지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업들의 선긋기…“日제품 아니다”
불매제품 목록에 자사 제품이 포함된 기업들은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커피 ‘조지아’와 수분보충음료 ‘토레타’ 가 불매 목록에 포함되자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일본 코카콜라가 아닌 코카콜라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과 기호에 맞춰 한국 코카콜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과는 완전히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불매 목록에 이름을 올린 다이소 역시 “최대주주가 한국기업(아성HMP)으로 일본기업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일본 다이소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경영 간섭을 받는 관계가 아니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일본 다이소는 지분 30%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외국기업이 지분을 투자하는 것은 흔한 일이란 게 사측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이해하면서도 과열화 조짐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경제보복으로 보고 분노할 수 있지만 소비는 개인이 선택하는 문제”라며 “과격한 집단행동이 소비자운동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