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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배터리사업본부 폐지..중국 새그림 그리나

성문재 기자I 2016.08.01 09:00:00

SK이노베이션, 7월초 이례적 조직개편 단행
본부 없애고 배터리사업부와 중국사업실 신설
"조직 효율화 차원..중국 배터리시장 집중공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SK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대해 이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알려진 B&I사업 내 배터리사업본부를 폐지하고 한 단계 작은 규모의 조직으로 격하했다.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일으키고 주도했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3년 3개월만에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가운데 향후 SK그룹 배터리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7월 1일 배터리사업본부를 없애고 배터리사업부와 중국사업실을 신설했다. 본부급 조직을 폐지하는 대신 그보다 한단계 낮은 급인 ‘실’ 조직을 2개 만든 것이다.

인사나 조직개편은 수시로 일어나지만 본부를 폐지할 정도의 큰 변화를 연중에 예고 없이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SK그룹은 보통 연말에 임원 인사와 주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배터리사업본부장을 맡아온 이동은 전무는 중국사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본부 내에 중국마케팅팀 등으로 잘게 쪼개져 있던 조직을 중국사업실로 정리하면서 의사결정 체계가 더욱 빨라지고 효율화될 것이다”라며 “배터리 사업의 답은 중국에 있는 만큼 중국사업실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동종업계 한 임원은 “중국사업실에 본부장급 인사를 배치한 것은 철수보다는 중국사업을 각 분야별로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들어 SK이노베이션이 추진중인 중국 배터리 제조공장의 합작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차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SK 신성장동력으로 만든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이 향후 SK의 배터리 사업 방향성에 또 다른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법무부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형기의 약 94%를 채운 상황에서 가석방됐다.

아직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당장 경영 일선 참여에는 제한을 받지만 SK그룹 오너 일가이자 전략과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서 배터리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 창출, 경제살리기에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업계에서 LG화학(051910)이나 삼성SDI(006400)보다 뒤처져 있는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중국 거점 확보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각각 난징과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을 준공해 현지 생산체계를 갖췄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벤츠 전기차 모델들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2월 확정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중국 배터리업체와 전기차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현지 배터리 제조 합작을 타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220만대 규모인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해 2020년 6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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