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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가을 패션, 날카롭게 또는 부드럽게

김서나 기자I 2009.09.01 10:42:00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마이클 잭슨을 향한 오마쥬로 열기를 더했던 80년대 룩은 가을로 들어서는 패션 전반에 스며든 모습이다.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봉긋 솟은 어깨 라인은 재킷과 코트는 물론 블라우스, 니트 탑에까지 적용되었다.

다소 과장되고 인위적인 이 실루엣의 영향으로 날카로운 재단의 샤프한 스타일들이 양산되었는데, 하지만 반면 그리스 여신을 보는 듯한 부드러운 드레이프 주름 의상이 동시에 트렌드로 등장해 서로 균형을 맞추었다.

▲ 프라다
구체적인 유행 스타일을 보자면 먼저 익숙한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 트렌치코트, 트위드 재킷, 빅 니트, 롱 코트, 스커트 수트 등 가을 하면 떠오르는 그것들이다.

경기침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디자이너들이 심플하고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소 안전하게 컬렉션을 준비한 것.

도톰한 울 펠트와 트위드 소재, 전통적인 핀 스트라이프와 하운드투스 체크 등이 사용되었고, 컬러도 블랙, 그레이와 카멜 등 기본 색상이 주로 선택되었다. 변화가 필요할 때 쓰인 건 강렬한 레드.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는데, 여기에 고혹적인 매력을 더하기 위해 40년대 클래식 룩을 가져온 디자이너들도 많았다.

테일러드 롱코트와 무릎길이의 스커트 수트 등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고,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재킷, 코트 위에 둘러진 벨트가 이번 시즌 키 액세서리로 떠올랐다.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트렌드에 부드러움을 가져다준 건 드레이프 주름.

마치 커튼 자락처럼 드리워진 주름은 은은한 광택의 실크와 벨벳 소재, 옅은 파스텔 컬러를 만나 성숙한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물론 하렘팬츠에도 주름이 가미되었으며, 80년대 스타일의 원 숄더 원피스는 드레이프 주름을 만나 고대 여신의 모습으로 재창조되었다.
 
퓨쳐리스틱 테마에 빠져있던 발렌시아가 역시 올 가을엔 드레이프 의상을 펼쳐 보이며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번아웃 기법으로 문양을 넣은 벨벳과 이국적인 브로케이드가 사용되었고, 부분적으로 쉬폰과 레이스를 응용해 비쳐보이도록 하거나 브라탑, 코르셋의 란제리 룩을 접목해 관능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 입 생 로랑
가을 트렌드의 양면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가죽이다.

80년대 인기 패션 가운데 이번 시즌 주인공으로 부활한 가죽.

몰딩으로 연출하거나 광택을 입히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가죽이 전개되었지만, 부드럽게 가공해 블랙 가죽 본연의 매력을 살린 쪽이 더 눈길을 끈다.

먼저 봄부터 유행했던 터프한 라이더 재킷이 가죽 소재와 만나 더욱 인기를 끌 전망. 이와 함께 롱코트에서부터 원피스, 점프수트까지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과감한 타이트 팬츠가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타이트 팬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리에 꼭 붙는 가죽 레깅스도 제안되었으며, 이는 롱부츠까지 트렌드로 이끌었다. 앵클 부츠와 라이딩 부츠 등 여러 가지 부츠가 쏟아져 나왔는데,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가 연상되는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롱부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어부들이 신을법한 투박한 긴 장화가 프라다의 무대에 등장해 시선을 모았지만, 날렵한 타이트 스타일이 대세.

차갑고 날카롭게 하지만 때로는 부드럽고 여성스럽게 가을 패션을 연출해보자. 서로 다른 두 가지 이미지를 믹스 앤 매치를 통해 만나게 해도 좋을 듯.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대표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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