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가 수도권처럼 가까워졌다. 지난주 광화문에서 양구읍까지 2시간5분 걸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길이 그만큼 편해졌다. 일단 서울~춘천 도로구간만 따지면 40분. 여기서 46번 국도를 타면 배후령이란 고개를 하나 넘게 된다. 배후령을 지나 양구로 이어지는 길은 지난해말 양구읍 앞까지 뚫린 터널 덕에 화천 파로호 자락을 구불구불 돌지 않고 직행할 수 있다. 춘천~양구 구간은 50분이다. 군 생활을 양구에서 했던 사람이라면 춘천 102보충대에서 자대 배치 받고 주먹밥까지 받아들고 소양강에서 배타고 들어가던 기억을 떠올릴지 모른다. 아니면 인제에서 구불구불 들어가던 양구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땐 어느쪽이든 최소 5~6시간 걸렸다. 하지만 조금 일찍 서두르면 양구가 하룻길 여행지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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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양구에선 무엇을 볼까. 강변에서 물놀이만 해도 좋다. 양구는 지금도 최전방이다. 과거엔 너무 멀었고 많은 부분이 민통선으로 묶여있던 까닭에 파헤쳐지거나 오염되지 않았다. 양구 수입천은 제법 놀기 좋은 물놀이터다.
수입천 물줄기를 쫓아가면 북한의 금강산 줄기라고 한다. 이 물줄기가 두타연을 돌고 나와 화천 파로호로 흘러드는 것이다. 방산면 신병교육대 부근까지는 상수원 보호구역. 그 너머부터는 보호구역에서 벗어난다. 수입천 물줄기는 약 35㎞ 정도 된다. 강줄기가 깊지 않고 자박자박 걸어들어갈 수 있는 낮은 곳이 많다. 물놀이 하기에 딱 좋다.
일단 방산면 오미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양구읍에서 방산면 자기박물관을 지나 달리다보면 자그마한 강줄기와 만났다 헤어졌다 하게 된다. 이게 바로 수입천이다.
방산면 남전교 부근에선 물놀이를 나온 가족들이 줄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함께 갔던 오민수 양구군청 축제이벤트계장은 “수입천은 원래 양구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던 곳”이라며 “장마끝이라 물도 깨끗해졌으며 앞으로 수량이 더 줄어 물놀이 하기엔 더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전교 앞 수입천은 맑았다. 실제로 깊지 않았다. 발목에서 무릎 정도까지 찼다.
사실 1970~80년대만해도 최고의 피서지는 강변이었다. 미루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강물에 멱감던 게 최고였다. 강줄기엔 수박 한덩이를 담가두고 솥을 걸고 국수를 끓여 먹었다.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웬만한 강줄기에서는 취사할 수 없지만 강변은 추억의 물놀이터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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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천을 계속 따라가봤다. 양구사람들도 잘 모른다는 파서탕이 수입천의 끝자락이다. 파서탕교를 지나 비포장길을 타고 달리면 민박집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파서탕 입구다. 파서탕은 계곡 끝부분이다. 움푹 파인 암반지대가 마치 호수처럼 생겼다. 옆에는 모래밭도 있다.
원래 이 지역은 군부대가 있던 자리. 빈장군이란 예비역 장성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군인들만 슬그머니 놀러왔다 가는 곳이었다. 외지고 한적해서 놀기 좋은 강줄기이지만 가는 길이 좁아서 승용차 교행이 어렵고, 비포장이라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민박집을 이용하는 사람만 파서탕을 이용할 수 있단다.
아이들과 가기에는 외려 남전교 앞뒤의 수입천이 훨씬 좋아 보인다. 방산 자기박물관 옆에 있는 직연폭포 역시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직연폭포는 높이가 10여m 정도 되고, 깊이는 20m가 넘는다고 한다. 폭포 옆에 보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쉬기에 좋고 텐트치며 노는 사람이 많다. 폭포에는 지역 청소년들이 다이빙을 하는 곳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놀기엔 위험한 편이었다.
코스를 짠다면 양구 입구의 박수근 미술관에 잠시 들렀다가 물놀이는 남전교 주변이나 직연폭포 옆 수입천에서 하고, 자기박물관과 정중앙천문대, 양구읍내 한반도 섬을 들르는 것도 좋겠다. 박수근의 작품은 국내 화가의 작품 중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해 이름난 작품은 없다. 대체로 무명시절의 습작이 많지만 비운의 화가 박수근의 생애를 짚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술관 뒤에 묘소도 있다. 방산자기박물관은 고려 때부터 백자를 만들었던 곳이다. 조선 백자의 원조격인데 이성계 발원문이 담긴 백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중앙천문대는 날씨가 좋은 날 밤에 찾아야한다. 조금만 흐려도 망원경을 닫아놓는다고 한다. 한반도 섬은 양구 서천과 파로호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습지다. 한반도 모양으로 돼 있고 산책로가 놓여있다. 두타연 트레킹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군사지역이라 2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과거 양구하면 철책선이나 땅굴을 떠올렸다. 펀치볼과 을지전망대 같은 전적지 여행만 생각했다. 까마득하게 멀었다. 전라도의 해안마을이나 경상도의 산촌마을 못지않은 벽지였다. 천지개벽해서 지금은 수도권처럼 가까워졌으니 올여름 알뜰 휴가지로 한 번 고려해볼 만하다.
길잡이
*수입천은 방산자기박물관을 기점으로 오미리 방향으로 가면 된다.
*8일부터 16일까지 9일 동안 열리는 양구배꼽축제를 챙겨볼 만하다. 민물고기잡기, 백토머드체험 등 놀거리도 있지만 가장 좋은 정보는 무료 텐트대여. 양구군 서천변 청소년수련관 앞에 야영장을 설치하고 5인용 텐트를 무료로 빌려준다. 무료 텐트는 모두 100동이며 주변에 샤워장, 수영장이 들어선다. 대여기간도 1박2일부터 8박9일까지 제한이 없다. 선착순이다. 대여신청(033-480-2229, 2230)
*박수근미술관(033-480-2655)은 입장료 1000원, 어린이 500원. 매주 월요일 휴무. 방산자기박물관(033-480-2664)은 체험비 1만원. 국토정중앙천문대(033-480-2586)는 2000원, 어린이 1000원.
*양구초등학교 맞은편 찜질방 양구불가마한증막(033-481-2410)이 꽤 유명하다. 장작을 땐다. 양구읍 양구KCP호텔(033-482-7700), 양구읍에서 춘천방향에 있는 푸른솔농원(033-481-1357), 동면 팔랑리 풀하우스 펜션(033-481-0422), 방산면 오미리 산골나그네(033-481-3975)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광치휴양림 가는 길에 있는 광치막국수(033-481-4095)가 가장 좋았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였고, 국수에선 메밀향이 짙게 배어났다. 5000원. 수육은 1만원인데 멋내지 않고 접시에 고기만 담아냈다. 민들레전(6000원)은 조금 단 게 단점. 석장골오골계(033-482-0801)는 숯불구이집인데 거무잡잡한 오골계만 보면 식욕이 생기지 않지만 맛은 꽤 좋다. 3만원. 양이 적은 게 흠이다. 명품관 인근 우리집식당(033-481-5890)의 북어국이나 방산면에서 양구읍 방향 도고터널 못미쳐 있는 청수골(033-481-1094)의 산채정식도 양구에선 알려진 집이라고 한다.
*통일고랭지 영농조합법인(033-481-8850)의 말린 나물, 산호박식품(033-482-5245)의 산호박찐빵, 예닮식품(033-481-8989)의 곰취찐빵이 양구 특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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