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프랑스 남부에서 정찰 비행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됐던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Saint-Exupery·1900~1944).
격추, 사고, 자살 등 추측만 분분했던 이 프랑스 작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64년 만에 풀린 것일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메서슈미트(Messerschmitt) 전투기 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르트(Rippert·88)가 "내가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리페르트는 전쟁기간 28대의 연합군기를 격추시켜 헤르만 괴링(Goring)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나와 동료들은 학창 시절 하늘을 나는 경험을 쓴 생텍쥐페리의 책을 읽으며 비행사의 꿈을 키운 팬이었다"며 "(그런 내가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괴로워) 평생 자책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는 "조종사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생텍쥐페리가 탄 것을 알았다면 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기록에 따르면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31일 오전 7시쯤 미국산 쌍발기 'P-38 라이트닝'을 개량한 정찰기를 몰고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의 비행장을 이륙했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 등에 따르면 독일 공군의 리페르트도 같은 날 독일 점령하 툴롱에서 마르세유 방향으로 비행하는 도중에 단독 비행하던 P-38을 포착했다.
리페르트는 "나는 급강하해 날개를 기관총으로 쏴 맞혔고, P-38은 줄이 끊긴 연처럼 바다 위로 곤두박질쳐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탈출자는 없었다.
리페르트는 "나중에 동료들이 미군 라디오 방송을 듣고 내가 격추했던 비행기 조종사가 틀림없이 생텍쥐페리였을 거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