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재 여러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유력 당대표 후보 이재명 의원을 지키기 위한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 개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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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당헌·당규·당무발전 분과에선 전당대회 `룰`(Rule) 논의가 끝난 뒤인 지날달 중순부터 당헌 80조 개정에 착수했다.
당헌 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를 담고 있는 조항으로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내 여러 전·현 장관을 포함해 의원이 약 20명 정도 기소가 되거나 고발당한 상태”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발의 무차별적 고발공세로부터 의원들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즉, 혐의가 밝혀지기 전부터 기소 사실만으로 당직을 정지시키는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것이 전준위의 판단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도 “전준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원 개정 요청 5만명 동의 돌파…지도부 답변해야
전준위의 개정 논의와는 별개로 최근 개설된 민주당 당원청원 게시판에 이를 개정해달라는 청원 동의자가 처음으로 충족요건인 5만명을 넘어서면서 해당 청원이 당 지도부에 보고돼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익명의 청원인은 “검찰 공화국을 넘어 검찰 독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직자의 징계를 윤리위원회가 아닌 최고위원이 결정하고, 최고위 및 윤리위의 의결 후 최종 결정은 당원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의 골자다. 즉, 검찰의 보복수사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강성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 청원인의 글에 실제로 이 후보의 지지자들이 청원 동의를 요청하는 글을 공유하면서 청원 동의’는 속도를 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에서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 여부를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朴-姜 “특정인 위한 개정 안 돼”…전준위 “李 위한 것 아냐”
이 후보와 경쟁을 하는 박용진·강훈식 당 대표 후보도 해당 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은 늘 부정부패와 싸워왔다. 부정부패와 결연히 맞서 싸운 우리 당의 건강함의 상징이다. 국민의힘도 같은 조항이 있는데 차떼기 정당의 후신보다 못한 당헌을 만들면 안된다”며 “특히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된다면 그야 말로 민주당은 사당화 되는 것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얼굴엔 웃음꽃이 필 것이고, 민주당은 스스로 또다른 패배로 빠져 들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강 후보도 SNS를 통해 “전당대회 직전 특정 후보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도 팽팽한 공방이 오갔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해당 당헌은 `정치보복`을 위한 것이다. 이 후보의 수사와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후보의 혐의가 인정됐다면 이미 대선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명(비이재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시기적으로만 보았을 때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후보에게 유리한 개정은 맞지 않느냐”며 “굳이 전당대회 도중에 추진을 하니 더욱 이 후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청원 게시판에도 `당헌 유지·강화 요청`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준위는 해당 당헌 개정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하급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등으로 기준을 바꾸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준위 관계자는 “개정 논의는 이미 청원이 올라오기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재명`을 위한 개정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