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사는 A(55)씨 부부는 1일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A씨 부부의 외동아들은 현장에 설치된 부스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A씨는 “나도 말이 어눌해 자라면서 차별을 많이 받았는데,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차별받는 것을 보기 싫었다”며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왔다”고 웃어 보였다.
◇성소수자가 다양한 의견 표현하는 축제의 장으로
지난 2000년 50여 명의 참여자로 시작한 퀴어(Queer)축제는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퀴어축제는 1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퍼레이드에만 약 7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할 정도로 행사 규모가 커졌다.
규모가 커진 만큼 축제에 참가하는 군상도 다양해졌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과 친구, 또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일반 시민도 축제로 걸음을 옮겼다.
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다양한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강서구에서 온 상화(22)씨는 몸에 나비 깃발을 두르고 머리엔 나비 핀을 꽂고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다. 그는 “나비의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이 퀴어 깃발 색깔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나비 망토를 두르고 나왔다”며 “나비처럼 성소수자도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남성은 드래그 퀸(남성 동성애자가 여장을 한 것)을 한 채로 동성애를 처벌한다는 군 형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군 형법에 군에 있는 사람들은 성관계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전쟁은 되고, 사랑은 안 된다는 논리에 반대하기 위해 군대 내에서도 성소수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중 3인 김모(15)양은 “올해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고 처음으로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게 됐다”며 “여기서는 동성간 커플 등 성소수자가 많이 보여 맘이 편하다”고 말했다.
◇가족·외국인 등도 축제 참여
5살 난 딸을 데리고 축제를 찾은 B(48)씨는 “2003년부터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고, 딸을 데리고는 4년째 축제를 찾고 있다”며 “우리 교회 사람들은 다 같이 성소수자도 다들 평범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이번 축제에 나왔다”고 밝혔다.
기독교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밝힌 박모(23)씨는 아예 검은색 수도복과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을 들고 축제장을 찾았다. 박씨는 “성경에는 하나님이 모두를 사랑하니 우리 인간들도 서로 사랑하라고 되어 있다.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죄라는 문구도 있다”면서 “밖에서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도 물론 있지만, 모든 기독교가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외국인들도 서울광장을 찾았다. 미국에서 온 시에라(16)양은 “나와 같은 ‘퀘스처네어(성적 정체성을 모르는 상태)’와 성적 정체성을 알고 있는 모든 퀴어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온 친구 마틸다(16)양은 “서울은 성소수자 단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숨어있던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기쁘다”고 미 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