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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배정오류에 갈팡질팡` 세종교육청, 교육현장은 `대혼란`

박진환 기자I 2019.01.19 12:06:11

고교 신입생 전산배정 과정서 오류로 109명 중복 배정
서둘러 재배정했지만 학생·학부모 반발에 구제안 밝혀
특정학교 쏠림현상에 대규모 정원미달 우려로 또 반발
세종교육청 법률 검토 이유 발표 미뤄…혼선·불만 폭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사진 가운데)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14일 세종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세종시교육청의 원칙 없는 졸속 행정으로 교육현장에 대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로 학생, 학부모의 반발과 이를 무마하기 위한 교육청의 땜질식 처방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혼선과 불만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교육청, 고교 신입생 전산배정 과정서 오류로 109명 중복 배정

사건의 발단은 세종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을 위한 전산화 작업 중 벌어졌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1일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세종지역 13개 고등학교, 2775명이다.

그러나 배정 결과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고등학교 입학 정원과 배정 인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올해 첫 도입된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동시 지원 제도’에 따라 이들 학교에 우선 합격한 109명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에 중복으로 배정한 것이다.

세종교육청은 109명을 빼고 서둘러 재배정했지만 1차 발표 때와 달라진 배정 결과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폭주했다. 11일 최초 배정된 학교나 2·3지망도 아닌 다른 고교로 재배정된 학생이 100여명을 넘어섰고,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배정 결과를 무시하고 지망하지도 않은 학교로 학생을 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청의 분명한 해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며 불만을 떠뜨렸다. 또 집과 학교의 근거리 배정 원칙이 깨지면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학교로 배정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과 불만도 계속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최 교육감은 “최초 배정 결과 대비 후순위 지망 학교로 배정된 195명에 대해 행정의 신뢰도와 교육적 측면에서 최초 배정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제 대상 학생들의 확인을 거쳐 희망자를 대상으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고입 배정 시스템 오류의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파악한 뒤 시스템 검증절차를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는 자체 검증과 조사를 철저히 실시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원칙없는 땜질식 처방에 세종지역 교육현장은 혼선과 혼란만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구제 방침을 밝히자 이번에는 일선 학교 교사들은 물론 다른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고교로 우선 배정할 경우 어떤 학교는 과밀이 어떤 학교는 정원 미달이 불가피하다”면서 “교육수장의 땜질식 처방이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례로 세종교육청이 최초 배정과 다른 학교로 배정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4명이 첫 배정 학교로 진학을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솔고(36명)와 아름고(43명), 종촌고(27명), 보람고(29명), 새롬고(47명) 등 5개 학교는 배정보다 학생수가 늘었다.

종촌고를 제외한 4개 학교가 정원보다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학습 증설이 불가피하다. 반면 성남고(9명)와 고운고(24명), 양지고(23명), 두루고(34명), 소담고(31명), 다정고(60명) 등 7개 학교는 최대 60명까지 학생이 줄면서 대규모 정원 미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정원 미달이 예상되는 고교에서는 당장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는 물론 상대적으로 내신에 불리해진다는 점이다. 결국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은 고교에 배정된 학생들의 학부모 70여명은 17일 세종교육청을 방문, 항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당장 다른 학생들이 피하는 학교에 다닌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내신 불이익 등 우리 자녀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특정 학생들을 위한 구제 방침을 철회하고, 재배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세종교육청은 결국 법률적 검토를 이유로 재배정 확정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최 교육감은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확정 결과를 18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법률적 검토가 필요해 이번달 넷째주로 연기했다”면서 “다시 한번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에게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의없는 고교 배정 오류에서 재배정, 원칙없는 구제안 발표와 뒤늦은 법률 검토 등 일련의 원칙 없는 졸속 행정으로 세종의 교육현장은 혼선과 혼란, 불만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세종의 13개 고교 중 특정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 세종교육이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세종의 한 고교 교사는 “세종에 있는 몇몇 고등학교만 좋은 면학분위기를 보이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들 학교로만 올려고 하는 쏠림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교육당국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특정학교는 과밀이 대부분 학교는 정원미달인 채로 학사운영을 해야 하는 기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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