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다지만 아직도 여자가 귀한 곳이 많다. 자산운용업계가 그렇다. 수가 적은 만큼 더 주목받고 못하면 배로 질타가 쏟아진다. 하지만 여자이기전에 수익률로 눈길을 끈 펀드매니저가 민수아(사진) 삼성자산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다.
수익률이 좋아 돈이 한참 잘 들어오던 8월 돌연 판매를 중단했다.
"8월초 주가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8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사장님을 비롯해 본부장 등을 설득했다. 과거 다른 중소형주 펀드가 그랬듯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리면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민 수석매니저는 "처음 보험사로 입사해 주식운용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시작 1년만에 외환위기(IMF)를 맞았다"고 회상했다. 상승장에서 재미를 보기는커녕 포트폴리오에서 버릴 기업들의 살생부를 만들어야 했다.
그는 "그때 국내 기업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주식에 대한 흥미가 계속 커졌다"면서 "진짜 재미있게 주식을 해보자며 자문사로 옮겼다"고 했다. 그렇게 4년을 주식매매에 푹 빠져지냈다. 욕심이 생겼다. 큰 기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으로 와서 펀드를 쭉 살펴봤다. 이미 시장에는 유명세를 탄 중소형주 펀드가 여럿 있었지만 삼성에는 없었다. 성장성에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중소형포커스펀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형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2007년 9월, 펀드를 출시하자마자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2~3달만에 수익률을 다 까먹었다.
이런 시간들이 올해 펀드 판매를 중단할 수 있는 소신을 만들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특히 중소형주 펀드는 크기가 커지면 꼭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기관 자금까지 1조원대인 이 펀드로 왜 망가지는지 분석을 하고 싶어 판매 중단을 고집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의 경우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 민 매니저는 "보통 알려진 대로 유동성이 문제겠지만 다른 이유들을 찾고 싶다"면서 "혼자 하기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팀과 함께 계속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매니저로서 가장 예민해질 때는 언제일까.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수익률이 높을 때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너무 높다면 투자를 주력한 회사들이 과도하게 오르고 있다고 것"이라면서 "결국 언제가는 급락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매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부른다.
반대로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는 오히려 평소보다 분석에 몰두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판단력을 흐리지 않기 위한 시간에 집중한다.
종목을 담고 버리는 과정에서 많은 기준들이 있겠지만 민수아 매니저에게 가차없는 기준이 하나 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생각할 것도 없이 매도한다"며 단호함을 나타냈다. 이 역시 투자자를 가장 먼저 생각해 세운 기준이다.
민수아 매니저는 헤지펀드에 큰 관심은 없지만 롱(Buy)숏(Sell)펀드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파는 결정이 사는 결정보다 10배 이상 힘들다는 것을 안다"면서 "롱을 더 잘하기 위해 숏을 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얘기했다.
자신도 재테크의 대부분을 펀드를 통해 하고 있다는 그는 펀드만한 투자는 없다고 장담했다.
민 매니저는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좋은 기업에 찾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 펀드 운용"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펀드투자를 이길 재테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