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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공간에 매혹되다

경향닷컴 기자I 2008.09.24 12:29:00

서울 국제갤러리‘아니쉬 카푸어전’

[경향닷컴 제공] 겉모양은 단순하지만 다가설수록 텅빈 환상의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각품들.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54)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오는 10월5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열리고 있다.

▲ ‘무제’, 2008, 스테인리스 스틸과 나무, 120×120㎝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 첼시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동서양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한 그는 1980년대 초 자신만의 조각 스타일을 드러내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조각가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작품은 볼록하거나 오목하다. 전시장 벽 속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작품은 손을 뻗어 작품의 실체를 확인하기 전까지 형태를 종잡을 수 없다. 단순해보이지만 쉽게 정체를 알 수 없게끔 만든 작가의 트릭에 관람객은 당황한다. 작품의 모양이 파악되면 스테인리스, 합성수지, 아크릴 등으로 매끄럽게 제작돼 주변 환경을 비추는 작품 표면에 주목하게 된다. 볼록 또는 오목한 작품에 왜곡되어 비친 관람자와 주변 환경은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모양이지만 그 안에 무한한 다양성과 유연성이 존재한다. 위치가 뒤바뀐 땅과 하늘, 현실을 비추지만 현실이 아닌 듯 보이는 환상의 공간 등 이중성을 가진 세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전시에는 대부분 올해 제작된 실내 조각품 10점이 나왔다. 아니쉬 카푸어하면 떠오르는 형태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붉은색 바셀린으로 만들어진 ‘밀고 당기기’는 형태와 재료면에서 차별화된다. 작가의 손이 아닌 정해진 틀에 의해 만들어진 덩어리의 모습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02)733-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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