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투기수요는 잡았지만 집값·전셋값 못 잡아…10·15 ‘반쪽 성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다원 기자I 2026.10.15 05:07:02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10·15 대책 1년, 전문가 30인 평가]②
서울 87주째 상승…규제 효과 의문 커져
토허제 부작용 73% ‘전월세 불안’ 지목
대출규제 ‘풍선효과’ 지목 47%
토허제 찬성 2명…“선별 운영해야”

[이데일리 이다원 함지현 김은경 기자]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최대 부작용으로 전월세 매물 감소 등 임대차시장 불안을 지목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거래를 묶고 대출을 조이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87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로 번지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대책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4일 이데일리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0·15 대책) 시행 1년을 맞아 부동산 연구기관과 학계, 시장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허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전월세 매물 감소 등 임대차시장 영향’을 꼽은 응답자가 22명(73.3%)으로 가장 많았다.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 제약’이 4명(13.3%), ‘주택 거래 위축’이 3명(10.0%)으로 뒤를 이었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응답은 1명(3.3%)에 그쳤다.

토허제가 지난 1년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분야 역시 ‘전월세시장 변화’라는 응답이 16명(53.3%)으로 절반을 넘었다. 당초 정책 목표였던 ‘갭투자·투기수요 억제’를 꼽은 전문가는 8명(26.7%)이었고 ‘주택 거래량 감소’는 3명(10.0%)이었다.

토허제 자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반대와 조건부 찬성이 각각 14명(46.7%)으로 같았고 찬성은 2명(6.7%)에 불과했다. 집값 안정 효과에 대해서는 ‘단기 효과에 그쳤다’가 10명(33.3%),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가 9명(30.0%), ‘효과가 거의 없었다’가 7명(23.3%)이었다. 효과를 인정한 전문가는 4명(13.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가 갭투자를 차단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지만 기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까지 제한하면서 임대차시장에 부담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매매 거래가 위축되고 임대 가능한 주택도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을 미룬 수요가 임대차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실거주 요건이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전월세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지적했고,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실수요자 구매력이 약화하고 유통 매물이 줄면서 전월세시장 불안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대출규제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대출규제의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14명(46.7%)이 ‘서울 외곽·경기 등으로 풍선효과’를 선택하면서다. 또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 저하’라는 응답이 8명(26.7%), ‘현금부자에게 유리한 시장 형성’과 ‘거래절벽·시장 기능 위축’이라는 응답이 각각 3명(10.0%) 나왔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8.31%, 경기는 5.52% 올랐다. 서울에서는 성북구(15.21%)와 강서구(12.24%), 구로구(12.07%), 서대문구(11.86%), 노원구(11.86%)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에서도 수원 영통구(15.39%), 용인 수지구(15.17%), 성남 분당구(15.10%) 등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10·15 대책은 과열 심리를 진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세 낀 매물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유통 매물이 줄고 임차시장 불안이 커진 데다 대출 차등 적용으로 서울 중하위·경기 인기 지역이 상승세를 이어받는 ‘갭 메우기’ 현상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단기간 과열된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었지만 정책 시행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며 “강남권에서 억제된 수요가 강북과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전면 해제보다 선별 규제…공급 확대 주문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보다는 지역별 시장 상황에 맞는 규제 조정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허구역 운영 방향으로는 ‘과열지역만 선별 지정’이 11명(36.7%)으로 가장 많았고 ‘단계적 해제’가 10명(33.3%)으로 뒤를 이었다. ‘전면 해제’는 6명(20.0%)이었으며 ‘현행 유지’와 ‘대상지역 확대’는 각각 2명(6.7%), 1명(3.3%)에 그쳤다.

대출규제 역시 전면 완화보다는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실수요자 중심 일부 완화’가 21명(70.0%)으로 압도적이었고 ‘전반적 완화’가 6명(20.0%)이었다. 반면 ‘현 수준 유지’는 2명(6.7%), ‘추가 강화’는 1명(3.3%)에 불과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향후 정책 중심은 추가 규제보다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불안심리를 낮추는 데 둬야 한다”며 “규제는 실수요자와 지역별 시장 상황에 맞게 재조정하고 시장에는 공급이 충분히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과 정비사업 활성화,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 확대 등을 제안했다.

중장기 공급계획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발생하는 공백을 메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규제가 능사는 아님에도 다른 정책 대안을 고민하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비아파트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수요 억제만으로는 선호지역 수요 집중과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도심 주택 공급과 정비사업 활성화를 주문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보완도 과제로 꼽혔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임대차 안정대책이 미흡했던 점을 10·15 대책의 한계로 평가하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을 주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투기수요는 차단하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에는 지금보다 속도를 더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 참여 명단(가나다 순)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윤지해 부동산 평론가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 △전재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겸임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