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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 지방 투자, 어디에 지을지는 기업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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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06.12 05:00:00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신규 공장을 호남에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며칠 전 인수위 출범식에서 “기대를 넘어설 만큼 규모 있는 투자 계획에 대한 준비가 정부와 기업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달 말 청와대의 대기업 총수 회동을 앞두고 정부와 기업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지역 투자는 바람직하다. 특히 반도체는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 핵심 산업이 비수도권에 자리를 잡으면 국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달려서 아우성이다. 칩을 더 얇고 작게 만드는 경쟁은 한계에 다다랐다. 대신 칩을 쌓아서 성능을 높이는 후공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공지능(AI) 칩에 필수로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어차피 패키징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은 후보지로 검토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기업 몫으로 남겨야 한다.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선 곤란하다. 최태원 SK 회장은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에서 “어딘가로 가려면 전력, 땅, 사람, 물이 다 갖춰져야 하고 인프라가 엄청나게 필요하다”며 “어디에 어떻게 짓겠다는 것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수도권을 벗어날 경우 인력 충원은 물론 기존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격리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총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클러스터 등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니즈에 부합한다면 지역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적 접근이다. 자칫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공장 후보지는 기업이 제일 잘 안다. 최종 판단은 기업에 맡기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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