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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전세수요자들이 새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22년 하반기와 2023년은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던 시기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기준시점 대비 가격비율을 측정하는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초 고점을 기록한 후 2023년 7월 88.01을 기록하며 2020년 9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전세가격지수는 102.20까지 오른 상황이다.
실제로 전셋가 급등으로 계약갱신권 체결 당시 시세와 현재 시장 시세간에 갭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권을 통해 이전 대비 5% 오른 4억4100만원에 재계약된 노원구 하계동 하계2현대 84㎡의 현재 전세 시세는 네이버부동산 기준 5억5000만원이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84㎡는 같은해 5월 12억6000만원에 계약됐으나 현재 전세 호가는 15억원까지 올랐다. 두 계약 모두 내년 상반기에 종료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전세난이 이어질 경우 세입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수억원이 더 필요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상대적 하급지나 빌라 등 비아파트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시장에서는 전세난이 가중되며 전세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간에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는데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갭투자 위축, 월세 증가 전환 등 매물 감소를 이유로 올해 전셋값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올해 1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7만440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격차는 530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법정 인상률 상한 5%에 묶인 ‘보호 가격’과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된 ‘자율 가격’이 10% 가량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일부 단지에서는 같은 평형 안에서도 보증금 차이가 수억 단위로 나타나기도 했다.
양 전문위원은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이 시장가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신축 단지의 첫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시장가 충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중가격 현상 심화로 전세 수요자에 대한 압박이 커세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도 매물과 임대 공급이 동시에 잠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유연성도 떨어졌다. 계약갱신권을 소진한 전월세 수요자 입장에서는 보호막을 잃은 채 시장 가격에 재진입하면서 주거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줄이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월세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관련 수요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서 매도 되지 않은 매매 물량이 임대 시장에 나올 수 있으나 늘어난 세금부담을 전월세값 인상으로 세입자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