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선(42·변호사시험 11회) 법무법인 혜인 변호사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대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진학하려다 임신·출산이라는 감격스러운 순간에 맞닥뜨리면서 변호사의 꿈을 잠시 내려놓게 됐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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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법대생이었지만 로스쿨 도입 시기와 맞물린 결혼으로 그의 계획은 늦춰졌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리트(LEET) 준비를 시작했지만 덜컥 임신이 됐고 결국 학업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이 만 26세. 친구들이 사회 첫걸음을 떼고 법대 동기들이 속속 로스쿨에 입학하던 그 시기 윤 변호사는 첫째 아들을 품에 안았다. 2년 뒤엔 둘째 아들까지 보게 됐다.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그는 육아에 인생을 건 ‘엄마’가 된 것이다.
윤 변호사는 “아이 키우며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아이 키운다며 고생한다’는 위로였다”며 “하지만 저에게 아이를 키우는 건 전혀 고생이 아니었다. 다만 제 안에 다른 시간이 잠시 멈춰 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육아를 하며 짬을 내 공부하겠다던 다짐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가 로스쿨 준비를 하게 된 건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모두 유치원에 등원하면서부터다.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를 가면서 로스쿨에 입학했다.
경력 단절에서 더 나아간 ‘무경력’ 늦깎이 로스쿨 지원자에게 사회의 벽은 높았다. 육아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서울에 위치한 로스쿨에 지원했지만, 번번히 낙방했다. 윤 변호사는 “면접장에서 마주친 파릇파릇한 친구들 앞에 나 자신이 초라해진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편, 친정과 상의한 끝에 지방 로스쿨에 원서를 냈다.
서울에서 벽을 실감하게 했던 ‘엄마’라는 경력은 지방 로스쿨에서는 장점으로 발휘됐다. 전북대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윤 변호사는 “오히려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로스쿨 면접 때 거의 만점을 받아서 다른 부족한 정량적 요소들을 극복하고 입학했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시간도 찾아왔다. 학업 기간에는 로스쿨 기숙사에 지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이 돼서야 아들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전주행 KTX 플랫폼에서 울며 엄마를 떠나보내는 아들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슬픈 순간이다. 윤 변호사는 “긴 시간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자라 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큰아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아이가 ‘엄마가 내 자랑’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이 보상받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남편과 친정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변호사의 꿈도 이룰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엄마라는 장점 발휘해 이혼·학폭 전문가로
윤 변호사는 제1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며 꿈을 이뤘다. 마흔을 눈앞에 두고 이룬 성취다. 현재 이혼, 학교폭력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윤 변호사는 “결혼을 해봤기 때문에 이혼 상담 의뢰인에게 공감할 수 있고 엄마이기에 학폭 사건에도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의뢰인이 기혼 변호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과 육아 경험이 실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엄마이자 변호사로서의 삶은 여전히 바쁘고 고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들들 아침을 차려주고 등원시킨 뒤 부랴부랴 출근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다. 개업 변호사가 된 뒤로 정시퇴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엔 제98대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대변인으로 발탁돼 회무 경험도 쌓고 있다.
바쁜 나날의 연속이지만 엄마이자 변호사인 윤씨의 하루하루는 뿌듯하다. 윤 변호사는 “나에게 결혼·출산은 봄날처럼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이고 로스쿨 입학 및 수험기간은 한여름처럼 뜨겁고 치열했던 순간들”이라며 “변호사 활동은 가을처럼 풍성하고 열매를 맺는 기분이다. 엄마이자 개업 변호사로서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도전들이 기대가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또 다른 윤민선들에게 “로스쿨 입장에서 무스펙의 30대 아줌마 로스쿨 준비생은 최악의 후보였다. 하지만 단점은 언제든지 장점이 될 수 있다”며 “혹시라도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는 엄마들이 있다면 저의 사례가 희망이 돼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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