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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석유 제품 공급 계약에 가격 제한이 적용되면 거래가 금지되고, 대통령의 특별 허가가 있을 때만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특정 국가의 러시아산 원유 판매 금지나 원유 최저가 지정 등 시장에서 우려하는 극단적 조치는 피했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 등 27개국은 지난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유럽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물가 상승을 막으면서도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가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데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러시아는 석유 및 가스 판매로 7조3000억루블(약 166조원)을 벌었으며, 이는 러시아 전체 예산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상한가격은 현재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가깝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원유가격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그간 서방국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석유 공급 중단 및 감산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5일 타스 통신 등에 “가격 상한제는 자유 무역의 원칙을 어기는 간섭 행위로, 공급 부족을 촉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3일에는 국영방송에 “내년초 석유생산을 하루 50만배럴에서 70만배럴 줄일 수 있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의 현재 생산량의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 러시아의 하루 생산량은 평균 1090만 배럴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 금지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자칫 공급 축소 우려로 가격이 다시 급등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이날 러시아 발표에도 국제유가는 보합수준을 보였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센트(0.04%) 하락한 배럴당 79.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원유수출 금지 초기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