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수입·중고차, 4월 전년比 7.1%↓…코로나 이후 두 번째 동반 부진
8일 국내 완성·수입·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 및 등록량은 총 84만1625대(완성차는 해외판매 포함)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반 부진 현상은 직전 달인 3월에 이어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쌍용자동차(003620)·르노코리아자동차·한국지엠)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59만55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급난에 따라 생산 일정을 조절한 것이 판매 부진의 원인이다.
지난 2년간 실적을 연거푸 경신하며 고공 행진해온 수입차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30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급난으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부터 물량 공급을 적게 받은 탓에 고객 인도 차량 수가 줄어든 게 급감의 원인이 됐다.
중고차 시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지난달 중고차 등록 대수는 22만2986대(사업자 매입 및 기타 등록 제외)로 7.1%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완성·수입·중고차 실적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작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부진은 올 1월까지 무려 넉달간 이어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전까지 최소 2개월은 더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수입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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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 상반기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치 못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악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도시 봉쇄령으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등 부품 수급난도 발생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때 일부 중고차는 신차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신차 출고가 늘어야 중고차 매물이 쌓이는데 신차 출고가 계속 지연되다보니 이른바 질 좋은 매물 찾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카플레이션이 심화하며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
실제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국산 모델의 약 50%, 수입 모델의 46%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월 19%, 10%에서 하락 비중이 각각 31%p, 36%p 늘어난 수치다. 중고차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차량 가격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시장이 정체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세가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고차 값이 높아져 호황인 것처럼 비치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