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이달 증시 반등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격화에 대한 경계감이 이달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화됐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주요 인사들의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단 메시지는 비둘기파적으로 이해되며 달러 강세가 둔화됐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대화 국면 진입, 연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완화 등 대외부문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으나 이는 모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문제들”이라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미중 정상회담이 합의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였던 ‘중국 제조2025’ 정책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조 연설에서 “모든 나라는 스스로의 노력과 국제협력을 통해 과학 기술 혁신에서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며 정부 주도의 기술지원 정책 지속 의지를 밝혔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 연구원은 “내년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경계감이 연준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단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나 고용개선 속도가 둔화될지라도 경기모멘텀은 양호해 연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미국의 9월 레버리지론 규모(1조2700억달러)가 하이일드채권(1조2600억달러)을 상회했을 뿐 아니라 무담보 대출 비중은 58%까지 확대됐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는 보고서에서 “올해 발행된 신규 레버리지론의 무담보 대출 비중이 80%에 달하며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기관투자자의 레버리지론 보유는 은행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7.19%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12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되기 위해선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상장기업의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정 연구원은 “코스피 240개 기업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36조56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11.9% 하회했다”며 “컨센서스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현 수준의 지수 레벨이 적정 수준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수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