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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대표들도 절레절레.."펀드 힘들어요"

최한나 기자I 2011.06.02 10:02:02

단기급증 후유증.."길게는 3~4년간 어려울 수도"
"헤지펀드 새로운 수익원 될까" 관심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펀드, 당분간 돈 맛 보기 어려울 겁니다"

"펀드에서 자금 빠져나가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3~4년간 안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펀드와 경쟁하는 다른 상품업계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보다 펀드 시장의 부흥을 열망하고 있을 운용사 대표들이 털어놓는 얘기다.

이들이 꼽는 펀드 자금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유입에 뒤따른 후유증`. 국내 펀드시장은 지난 2005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였다. 2004년말 200조원에 못 미쳤던 전체 펀드 수탁고는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8년 8월 360조원대로 증가했다.

가파른 증가는 가파른 감소로 이어졌다. 펀드 수탁고는 2008년 정점을 찍고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최근 300조원대를 하향 테스트하는 선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올랐다 하면 여지없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A운용사 대표는 "무엇이든 갑작스러운 쏠림은 후유증을 몰고 오기 마련"이라며 "최근의 유출은 지난 몇 년간 과도하게 몰려든 자금이 해소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이러한 과정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이 달래질 때까지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B운용사 대표는 "투자심리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학습효과"라며 "투자자들이 반토막 펀드에 대한 기억을 씻고 불신을 털어낼 때까지는 원금이 회복되자마자 찾아가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웬만한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은 교육비, 올해 내내 짊어지고 가야 할 물가 상승 등이 펀드 투자를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C운용사 대표는 "펀드에 돈이 안 들어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상품에 대한 호불호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우리나라 가계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불확실한 노후, 소득 대비 과중한 교육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장기 투자에 대한 공감대와 필요성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펀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용사 대표들은 업계가 노력해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펀드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힘을 얻어야 자금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열릴 헤지펀드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기본적인 보수가 높은 데다 성과에 연동해 추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헤지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끈다면 운용사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의미다.

C운용사 대표는 "업계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수수료 인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수가 높은 헤지펀드가 또 다른 수익원이 되지 않는다면 운용사가 살아남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D운용사 대표 역시 "요즘 업계 최대 화두가 헤지펀드"라며 "헤지펀드가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따라 운용사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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