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의 설움 `신용카드에 밀려..`

강종구 기자I 2004.09.24 10:28:14

일별 이용액 신용카드대비 0.036%

[edaily 강종구기자] 무거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등장한 전자화폐가 설움을 당하고 있다. 워낙 많은 신용카드가 발급된데다 1~2만원의 소액 결제에도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는 바람에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자화폐는 도입 5년째지만 시장규모는 여전히 미미하기만 하다. 24일 한국은행과 국회 재경위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평균 전자화폐 이용액은 고작 3억4700만원. 한달에 약 100억원 꼴이다. 일평균 9641억원이 이용되는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0.036%에 불과하다. ◇ 발급·이용 모두 지지부진..대부분 교통카드 신세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는 케이-캐쉬(K-CASH), 몬덱스(Mondex), 비자캐쉬(VisaCash), 마이비(MYbi), 에이-캐쉬(A-CASH) 등 모두 다섯종류. 16개 은행과 2개 카드회사가 발행하고 있으나 6월말 현재 발급매수는 567만6000매, 발급잔액은 92억원에 불과하다. 전자화폐는 발급이나 이용이나 올들어 정체상태다. 지난해말 500만매가 발급됐는데 6월말 현재 567만매로 더딘 발걸음. 이용은 그보다 더 부진해 건수로는 지난해 6월 1512만건에서 올해 6월 1459만건으로 줄었고 이용금액도 지난해나 올해나 매월 10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는 개인이 지난해 1000만장 이상이 줄고도 개인 9156만장, 법인 235만장을 합쳐 9391만장이 발급돼 있다. 지난해말 기준 1000명당 1959.7개의 신용카드가 발급된 반면 전자화폐기능 카드는 1만명당 1개꼴이다. 다른 도입국들에 비해서도 전자화폐 도입은 매우 부진한 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1000명당 2344개의 전자화폐가 발급돼 있을 정도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네델란드도 1인당 1개 이상의 전자화폐기능 카드를 갖고 있고 벨기에나 독일 역시 신용카드보다 전자화폐 발급이 훨씬 많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자화폐가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가 워낙 널리 쓰이고 굉장히 소액인 거래에도 사용돼 전자화폐가 부각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정액을 충전해야 하는데다 가맹점이 없는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한 것도 맹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화폐 발행금액 1294억원중 92.7%인 1200억원이 교통카드로 사용됐고 쇼핑몰, PC방 등 일반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 제조사 자본잠식 심각..감독도 소홀 전자화폐가 기를 펴지 못하다 보니 단말기를 깔고 발행 금융기관과 단말기를 연결해 결제 및 정산 등 시스템 운용을 해야 하는 5개 제조사들은 거액의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기는 커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전자화폐 발급 및 관리업무를 하고 있는 금융결제원 마이비 몬덱스코리아 등 5개 시스템운영자들 중 금융결제원(케이캐쉬)을 제외한 4개사는 지난해말 현재 자본금 526억원에 자기자본은 16억원에 불과해 97%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중에만 15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수익성도 저조하다. 전자화폐시장을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없을 정도로 관리감독도 소홀한 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발행기관이 은행들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비금융기관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감독 규제 관련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부가 늦게나마 법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달말 전자금융거래법을 입법예고 한 것. 전자화폐 발행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이에 따르면 5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금감원 허가도 받도록 할 예정이다. ◇ 활성화시 통화정책 걸림돌..지준대상 포함될 듯 전자화폐가 활성화될 경우 한국은행 통화정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전자화폐 이용이 미미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신용카드를 쓸만큼 충분한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나 학생, 주부 등의 경우 전화화폐가 현금 대신으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울, 부산 등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과 마찬가지로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전자화폐는 현재 지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화폐를 많이 쓰게 되면 현금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또 은행들은 예금의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떼어놔야 하지만 전자화폐를 충전하면 예금에서 빠지기 때문에 지준대상에서 벗어난다. 극단적으로 전자화폐가 현금을 100% 대체한다면 한은의 통화정책도 먹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신용창조기능도 억제하게 된다. 현금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화폐발행기능은 유명무실화된다. 이에 대비해 일단 전자금융거래법에도 전자화폐를 지준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몫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론 그런 일을 나타나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영향을 있을 것"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전자화폐도 지준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법적 근거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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