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시장은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과정과 맞물려 숱한 화제를 뿌렸다.상반기엔 과열양상을 보이며 "공모가 거품" 논쟁이 일다가 하반기 들어선 줄곧 침체국면이 이어지면서 "저가 공모"가 문제되기도 했다.코스닥에 등록하려는 기업들은 여전히 줄을 섰지만 공모가 마찰때문에 스스로 공모를 포기하는 기업도 생겨났고,당초 예상보다 훨씬 못미치는 자금을 공모해 자금 스케쥴을 새로 짜야만 했던 기업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공모주 시장은 여전히 위험도가 낮은 시장이었다.한때 무위험투자로 인식되던 공모주 시장은 그러나 등록 첫날 하한가를 맞는 종목이 생겨나면서 "좋은 주식이라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케 했다.유통시장에서의 주식 거래실적에 따라 공모주 배정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희안한"제도도 생겼지만 유통시장 활성화에는 실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공모경쟁률이 낮았던 국민카드의 경우 배정물량이 많아 실제 투자했을 경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종목으로 꼽힌다.
거래소 시장에서도 상장된 기업이 있었지만 그 수는 미미했다.거래소시장의 경우 신규 상장이 뮤추얼 펀드를 포함해 7개에 불과했다.반면 코스닥 시장은 무려 174개사가 등록했다.이중 벤처기업이 113개로 전체의 65%에 달했으며 이네트는 직접공모를 통해, 쌍용정보통신과 LG텔레콤 무한기술투자 등은 이미 분산요건을 충족해 공모없이 등록했다.
◆상장및 등록 기업=올해 거래소시장에서 상장된 회사는 뮤추얼펀드를 제외하면 한국중공업 한세실업 나자인 한국내화 동원F&B 등 5개에 불과하다.그나마 한세실업 나자인 한국내화는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긴 경우고 동원F&B는 동원산업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상장된 케이스다.한국중공업은 공모절차 없이 직상장됐다.지난 99년엔 뮤추얼펀드 15개와 일반기업 16개가 상장됐었다.
코스닥 시장은 발행시장과 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올해 코스닥 시장의 부침이 컸던만큼 발행시장의 상황도 여느해보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연초엔 코스닥 등록시장이 벤처 붐과 맞물려 이상 활황을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선 유통시장의 침체에다가 "공모가 담합" 등의 논란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공모를 포기하는 기업마저 속출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공모가 문제=증권업협회의 심사를 통과한 기업중 공모를 실시한 기업은 162개사로 이들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 총 2조9398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공모가격이 기업과 주간사회사의 공모희망가격을 밑돈 경우가 지난 99년엔 4곳에 불과했으나 올해엔 전체의 30%인 50개사로 늘어났다.
본질가치 대비 할인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본질가치보다 52%가 할인된 금화피에스시였다.금화피에스시는 본질가치가 2821원이었으나 공모가는 1350원으로 할인됐다.
반면 옥션은 본질가치 92원짜리가 4만원으로 공모했다.본질가치의 433배인 셈이다.이같은 공모가 산정은 결국 "공모가 거품"논란으로 이어졌고,이후 투신사들이 공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액면가 대비 최고가로 공모한 기업은 네오위즈로 액면가 100원이었으나 3만5000원에 공모했다.5000원 기준 무려 175만원의 주가인 셈이다.액면가 대비 최저공모가로 공모한 기업은 이앤텍으로 액면가 5000원에 7100원으로 공모했다.
7월중순 공모한 페타시스는 발행시장의 열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음을 확인한 첫 케이스였다.액면가 1000원에 희망공모가가 9000원이었으나 공모가는 4000원으로 확정됐다.희망공모가보다 무려 50% 이상 할인된 수준으로 이 때문에 한때 투신사들의 담함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모가를 둘러싼 주간사회사와 발행회사간의 갈등도 심했다.온세통신 현대택배 등 14개사가 공모자체를 포기했고 두루넷은 시장 상황을 이유로 공모를 연기했다.
◆장외시장=코스닥 지수가 최고점에서 최저점으로 미끌어내리면서 장외기업들의 주가도 속락을 면치 못했다.삼성SDS는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호가했으나 액면분할을 거쳐 현재 1만9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나스닥 상장을 재료로 주당 10만원까지 올랐던 두루넷은 4200원선으로 주저앉았다.보다 문제는 시장이 침체하면서 장외시장 종목들의 환금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것.매물은 많지만 살 사람이 없어 하반기 들어선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끊겼다.
◆프리 IPO시장=시장의 침체는 벤처캐피탈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위축시켰다.벤처캐피탈들은 코스닥 붐을 타고 지난해 말에서 올해초까지 무려 50여개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150여개가 됐다.그러나 벤처캐피탈들은 하반기 들어 코스닥의 급속한 침체와 맞물려 거의 투자를 중단했다.일부 벤처캐피탈들은 자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보유주식을 서둘러 팔면서까지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고 10여개 창투사는 M&A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 현재 벤처캐피탈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1조771억원,2321건이다.지난해의 경우 2457건에 1조4858억원이었다.
벤처캐피탈 뿐만이 아니다.프리 IPO시장에 "묻지마 투자"를 감행했던 개인들도 큰 고통을 겪었다.소위 대박을 꿈꾸며 과감히 베팅했던 벤처투자에서도 쪽박을 차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연초만 해도 사업모델만으로 인터넷 공모를 통해 수십초만에 또는 10여분만에 10억원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하반기 들어선 아예 인터넷 공모 자체가 불가능해졌다.특히 프리 IPO시장에 수십조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명동의 사채시장 자금들이 시장 침체와 더불어 환금성에 타격을 받았다.이는 정현준 사건 등 사채시장의 전주와 벤처기업 경영인들간의 "위험한 줄타기"가 파국을 맞는데도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