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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앱 이제 필요 없나?”…금융상품 선택권 쥐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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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I 2026.10.10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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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서비스 연결하는 ‘슈퍼에이전트’ 부상
예금·투자상품 비교부터 거래 실행까지 진화
금융사 ‘슈퍼앱’ 경쟁 넘어 고객 접점 변화
AI 추천 신뢰성과 금융사 책임 문제도 과제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여윳돈 1000만원이 생겼는데 어디에 넣는 게 좋을까?”

최적의 선택을 하고 싶다면 꼼꼼한 비교는 필수적이다. 고객은 은행 앱을 열어 예금금리를 비교하고 증권 앱에서도 투자상품을 찾아본다. 그렇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찾아간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에 한마디만 하면 금융상품 비교와 추천은 물론 가입과 거래까지 맡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AI가 고객의 자산과 투자 성향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향후 거래 권한이 확대되면 고객의 승인을 받아 가입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금융소비자가 직접 은행을 찾아가는 대신 AI가 금융상품 선택의 새로운 관문이 되는 금융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슈퍼에이전트, 차세대 고객 접점으로 부상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여러 AI 에이전트를 통합·조율하는 슈퍼에이전트가 차세대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 접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구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을 대신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AI가 새로운 경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AI를 활용한 금융상품 탐색도 확산하고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맥킨지의 지난해 10월 미국 소비자 1927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금융상품 구매 과정에서 AI 검색을 활용한 소비자는 41%에 달했다. 구매 의사결정 시 가장 선호하는 정보원으로 AI 검색을 꼽은 비율도 44%로 기존 검색엔진(31%)을 웃돌았다.

은행·증권 앱 오갈 필요 없이…AI가 알아서 척척

슈퍼에이전트는 쉽게 말해 여러 명의 전문 비서를 거느린 ‘총괄 AI 비서’다. 기존 AI 챗봇이 질문에 답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슈퍼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업무를 여러 AI에 나눠 맡긴 뒤 결과를 종합한다.

가령 직장인이 “내 자산을 살펴보고 여유자금 3000만원을 어떻게 운용할지 추천해줘”라고 요청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슈퍼에이전트는 은행 AI에 예금·대출 현황을, 증권 AI에 투자상품을, 카드 AI에 소비패턴을 분석하도록 지시한다. 이후 결과를 종합해 고객에게 적합한 자금 운용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향후 AI의 거래 권한까지 확대되면 “500만원 중 300만원은 예금하고 200만원은 ETF에 투자해줘”라는 요청에 실제 거래까지 수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초기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일본 라쿠텐은 쇼핑·여행·금융 분야에 개별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슈퍼에이전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라쿠텐이 공개한 개별 AI 쇼핑 에이전트의 성과를 보면 이용자는 기존 검색 방식 이용자보다 평균 구매금액이 17% 많았고 구매 시간은 약 41% 짧았다.

금융 분야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픽페이는 고객이 챗GPT에 계정을 연결해 잔액과 거래 내역, 카드 결제금액 등을 조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송금이나 결제는 지원하지 않지만 금융회사 앱 밖에서 고객이 자신의 금융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 잡으려 앱 키웠는데…이젠 AI 선택받아야

슈퍼에이전트가 확산하면 은행들의 디지털 경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고객이 자사 앱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예금과 대출뿐 아니라 자산관리, 증권, 보험, 생활서비스까지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했다. 고객이 금융거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실행하는 앱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에이전트가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역할을 맡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객이 특정 은행 앱을 열지 않더라도 AI가 해당 은행의 상품을 추천하거나 다른 은행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연구소는 AI가 고객 접점을 장악하면 시장 점유율이나 검색 노출도가 높은 금융회사라도 AI의 추천 결과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고객을 자사 앱으로 유도하는 것을 넘어 AI가 자사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나 광고보다 실제 혜택과 상품 조건이 AI의 선택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된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선택을 받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의 운명은 고객이 아닌 AI의 손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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