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022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당시 이 총장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더라도 기계적으로 상급심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이 총장의 발언이 법조계 한편에서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회장이 연루된 19개 혐의 모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재판부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검찰이 이를 바로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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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검찰 기소 후 3년 5개월 만인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게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병은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전망하던 시나리오 중 하나로 미전실이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검토하던 다른 여러 검토 방안 중 하나”라며 “합병 추진 결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 이익 의사가 도외시 된 바 없고 성장 정책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영진과 미전실 협의를 통해 합병을 실질적으로 검토해 추진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검찰이 배치된다는 법원 판결은 지난 2022년 4월 대법원 판결을 말합니다. 당시 대법원은 합병에 반대했던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합병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적시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사실인정과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했다”며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심리가 진행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준비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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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혐의 전부 무죄가 선고된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항소했다고 법조계는 지적합니다. 한편에서는 애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던 점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 “검찰 입장에서 무기력하게 1심에서 포기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됐을 것”이라며 “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검찰은 기계적 항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하다. 다만 항소보다 애초 기소 자체 무리였기 때문에 당시 기소를 강행한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약 2년에 걸쳐 수사하고서도 이 회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 회장은 2020년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했고 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습니다. 표결에 참여한 13명의 위원 가운데 10명이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기소했습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애초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항소에 나서기도 한다”며 “1심에서 혐의 전부 무죄가 나와 항소심에서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기 항소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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