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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해킹에 보험 도입해 1500만 고객 보호”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위원장을 맡은 윤창현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 등을 당하면 보험사가 보상하는 손해보험을 도입할 것”이라며 “코인 관련 회사들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을 통해 1500만명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고객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코인 투자자는 1525만명(작년말일 등록자수 기준)에 달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해킹, 시스템 오류 발생 대비 보험제도 도입·확대’를 약속했다. 대선 당시 구체적인 도입 취지·시기·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윤창현 의원은 “여러 보험사와 코인 회사들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관련 통계 등을 정비하면 법 개정 없이도 지금 도입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거래소가 가입하는 코인 손배보험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많아 개인별 보험으로 보험료 부담을 주기보다는 거래소를 통한 보험 제도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보험 공약이 나온 것은 코인 피해가 늘지만 안전망은 취약하다는 판단에서다. 빗썸은 2018년, 업비트는 2019년에 수백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를 당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은 3조87억원으로 전년도 피해액(2136억원)보다 14배 넘게 증가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보안을 강화했다.
하지만 보험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대부분 거래소의 경우 개인정보유출 사고 때에만 보험을 통한 보상이 가능하다. 해킹·시스템 오류에 대한 손해보험 상품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찾아봤는데, 개인정보유출 사고 보상 이외의 보험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빗썸 관계자는 “꽤 많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보험의 보상 범위가 주로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거래소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거래소는 해킹 등의 사고 시 보험 적용을 못 받아도 자체 재원으로 보상할 수 있지만, 중소형 거래소는 보상 자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개인정보유출 이외에는 보험 커버가 힘들다 보니 사고 발생 시 고객 보상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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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수조원 코인 털리면…관련 보험사 망해”
이는 해외와 정반대 상황이다. 앞서 해외에서도 코인 해킹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는 2019년에 해커의 공격을 받아 약 47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분실했다. 영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엑스모(EXMO)는 2020년에 거래소 지갑 해킹으로 약 130억원 상당의 코인을 탈취당했다.
피해가 잇따르자 해외에서는 코인 보험이 이미 도입된 상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보험회사 런던 로이즈는 가상자산 보험 플랫폼 코인커를 대상으로 해킹 등 가상자산 범죄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 보험회사 에버타스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에 기술 오류 및 결함에 관한 배상책임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해킹 등에 대한 코인 손해보험이 도입되는 것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강화했는데 코인 손해보험까지 도입되면 고객보호 안전망이 이중·삼중으로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보험업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다. 보험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신중하다. 가상자산시장이 변동성이 큰 초기 시장인데다 보험사가 떠안을 리스크가 클 수 있어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가 털려서 몇천억원, 수조원 코인이 탈취당했다면 관련 보험사까지 망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이 앞으로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보험 상품을 만들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불확실성, 제도권 편입 문제, 관련 통계가 집적되지 않아 보험료율 산출이 어려운 문제, 코인에 대한 대중들의 신중한 인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 보안업계, 보험업계 간 가상자산 사고 관련한 투명한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법제화도 추진돼야 보험 시장도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