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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월계동신까지 2연타 수주…재기발판 마련하나

김나리 기자I 2022.03.01 13:10:23

2월에만 4240억 관양현대 이어 2826억 월계동신 수주
업계 “수주전 승리, 파격적 조건 영향” 해석
다만 수익성 악화 및 기존 조합 반발 등 우려 확산
현산 “신뢰회복 및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올해 초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연달아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붕괴사고 이후 생겨난 주택시장 내 ‘현산 보이콧’ 움직임에도 안양 관양현대에 이어 서울 노원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만 수주전 승리를 위해 출혈 수주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제안 투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열린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HDC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739명(92.4%)이 현산에 투표했다.

월계동신 아파트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지난 1983년 지어진 총 864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번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총 14개 동에 1070가구와 부대 복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산의 역점 사업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부지와 인접해있으며 총 사업비는 2826억원 규모다.

현산이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따냈다. 관양현대 재건축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동, 130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신뢰도 저하로 주택시장 퇴출 움직임까지 일었던 현산이 수주전에서 연이어 승리한 것은 파격적인 조건 영향이란 게 업계 해석이다. 실제 현산은 관양현대 조합 측에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일반분양가 안양 시세 평당 4800만원 기준으로 100% 반영 △SPC 2조원 등의 조건을 내걸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월계동신 수주과정에선 △추가 부담 없는 확정공사비 △미분양 시 아파트로 100% 대물변제 △안전결함 30년 보증 보장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브랜드 리뉴얼 시 강북 최초 적용 △사업추진비 4500억원 한도 내 지원(가구당 최대 5억원) △일대 최고 수준의 일반분양가 △글로벌 건축설계회사 SMDP와 협력 △광운대 역세권과 연결 등의 조건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계동신의 경우 관양현대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쟁자였던 코오롱 측의 사업추진비 1000억원 지원 조건 등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산이 이처럼 공격적인 수주를 펼치는 것은 대형 붕괴사고 발생에 따른 처분으로 장기간의 영업정지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에 이어 올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까지 일어난 현산은 최장 20개월 가량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기간에는 처분 전 이뤄진 계약, 공사 등은 진행이 가능하지만 신규 수주 등 영업 활동은 일체 금지된다.

그러나 현산이 수주전 승리를 위해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출혈 수주 경쟁에 돌입한 탓에 오히려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일감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저가 수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회사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산이 신규 수주 조합에만 파격적 조건을 제안하면서 기존에 현산과 계약한 조합들에서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과거 현산이 수주한 안양 뉴타운삼호맨션 조합에서 추가분담금 차별 등과 관련한 불만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수주가 이뤄지는 동시에 현산이 퇴출되는 기존 사업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현산은 광주에서 진행되던 운암3단지 조합 재건축 시공에서 빠졌다. 현산·GS·한화건설 컨소시엄은 조합 측에 현산을 시공에서 제외하고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컨소시엄 주간사도 GS건설로 변경했다.

강경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고 이후 경기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현장과 같은 신규수주 사례가 생겼지만, 영업정지 통보 이후 기존 발주처의 도급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산은 “앞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다른 현장에 대해서 조합원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해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 결함 보증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0년으로 올려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며 “정기 안전 점검을 시행해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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