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제는 전 국민에게 익숙해진 ‘토스(toss)’가 지난달 사상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면서 적극 ‘몸값 끌어올리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의 성과라고 하면서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는 지난 7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배포했고, 많은 매체들이 이를 인용해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 느낄 수 있듯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흑자’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당기순이익이 ‘얼마’를 기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신 영업수익이 2016년 34억원에서 지난해 1187억원까지 크게 늘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회계·재무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 의해 발생된 이익으로,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을 뺀 순매출액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일정 회계기간 동안 발생한 전체 수익에서 영업 비용 뿐 아니라 영업 외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말합니다. 흔히 순이익이 플러스(+)면 흑자, 마이너스(-)면 적자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토스도 분명 이러한 점을 알면서도 흑자를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팩트’를 대지 않고 본질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릅니다.
‘그래서 흑자 규모가 얼마냐’는 질문에 토스 측은 “정확한 흑자 규모는 밝힐 수 없고, 매출액 140억원 보다 비용이 적었다는 수준만 공개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생각보다 빨리 월간 BEP(손익분기점)를 돌파했다는 데에 의미를 뒀던 것이고, 가능하면 분기 또는 반기 기준으로 더욱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면 그때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토스의 이러한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충전식 선불카드인 ‘토스카드’를 내놓고 나서 “출시 직후부터 발급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어느 기간 동안 몇 장이나 팔렸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함구했죠. 그러다가 약 세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누적 발급자 100만명과 누적 결제액 3200억원을 돌파했다며 밝히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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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진(秦)나라 황실에서 유래한 ‘지록위마(指鹿爲馬)’. 토스는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직은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언론은 팩트 없는 주장은 그대로 받아쓰기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은 사실 검증과 감시·비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혁신성에 두각을 나타내며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예비인가도 따내는 등 이제는 명실상부한 ‘종합 모바일 금융플랫폼’으로 부상한 토스. 그에 걸맞는 자존감을 가지고 본을 보이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