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17년 9월, 최고 출력 180마력의 2.0L 블루HDi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주행 성능을 강조한 3008 GT를 만났다. 출력의 변화로 이뤄낸 주행 성능 개선과 푸조의 스포티한 감성을 담은 GT는 과연 3008이라는 그릇 안에서 어떤 매력으로 전해질까? 시승 전부터 이런저런 기대감에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흰색의 사자, 아니 세련미 넘치는 고양이로 보이는 3008 GT의 키를 쥐었다.
푸조 3008 GT의 체격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국산차량으로는 투싼, 스포티지 등과 비슷한 체격을 가진 차량이며 수입 차량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A가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공간적인 부분에서는 3008 GT 쪽이 우위를 점한다.
솔직히 말해 푸조 3008 GT의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이미 디자인에 대한 감성적인 부분은 기본 모델인 3008과 GT와 같은 외모를 가진 3008 GT라인에서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푸조 3008, 그리고 국내 데뷔를 앞둔 푸조 5008 등의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분명 변했지만 여전히 푸조의 감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과거의 우악스럽고 부담스러웠던 펠린룩을 벗고, 깔끔하면서도 감각적인 푸조 최신의 디자인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를 그대로 계승한 푸조 3008 GT는 입체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그릴을 통해 비슷한 체격을 가진 SUV 중 가장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후면의 디자인 전면에서 선보인 화려하고 세련된 감성을 그대로 이어 받지 않고 깔끔함을 더하는 모습이다. 사자가 할퀸 푸조 고유의 실루엣이 적용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이어진 검은색 패널은 후면 디자인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의 전체적인 균형감을 잡아주는 요소로 느껴진다.
여기에 트렁크 게이트에 GT 엠블럼과 듀얼 타입의 머플러로 고성능 감성을 자아낸다. 다만 GT라인과의 차별점이 크지 않은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캐딜락이다. 이는 기자의 주변에서 다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푸조의 최신 i-콕핏은 아마 캐딜락의 실내 공간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푸조 3008 GT의 실내 공간은 무척 마음에 든다. 세련된 감성으로 여러 소재를 조합하여 시각적인 만족감을 극대화시켰고, 브랜드의 감성을 강조했다.
특별한 포인트가 있다면 RPM 미터의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는 계기판이나 기에 고급스러운 감성을 전하는 카트리지 타입의 디퓨저의 적용이라 할 수 있는데 푸조의 개성 넘치는 감각이 돋보이면서도 다른 브랜드와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느껴진다.
푸조 3008 GT의 보닛 아래에는 이미 푸조 308 GT 및 508 RXH 등을 통해 몇차례 경험했던 2.0L 블루 HDi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유로 6 규제를 충족시키는 클린 디젤 엔진이자 최고 출력 180마력과 40.8kg.m(@2,000RPM)의 토크를 내는 우수한 디젤 엔진으로서 3008 GT의에게 드라이빙 경쟁력을 부여한다. 여기에 EAT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하며 공인 연비는 리터 당 13.0km(복합 기준, 도심 12.0km/L 고속 14.3km/L)이다.
이미 푸조 3008 GT 라인의 시승을 통해 푸조 3008의 전반적인 만족감을 가지고 있던 만큼 출력이 180마력까지 상승한 GT 모델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이에 3008 GT의 키를 받자마자 바로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물론 완성도 높은 디젤 엔진과 3008 GT는 기대 이상의 정숙성으로 화답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참고로 푸조 3008 GT의 가장 큰 매력은 넉넉한 시야와 i-콕핏의 조합에 있다. 사실 i-콕핏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자에게 i-콕핏은 헤드업 클러스터와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착좌감이 좋은 시트의 조합으로 주행 전부터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우악스럽게 사운드를 꾸미거나 고출력 모델임을 강조하는 거친 반응은 하나 없이 매끄럽게 가속하는 모습이 무척 좋았다. 고속으로 가더라도 엔진의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편안하게 실내 공간에 전한다. 한편 늘어난 배기량, 높아진 출력 덕에 추월 가속이나 고속 주행 시의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다.
센터 터널의 스포츠 버튼을 눌러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RPM을 폭넓게 활용하며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실내 공간에 더한다. 엔진 본연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추구하기엔 충분한 사운드도 꽤 풍성한 공간감이 느껴져 매력을 느껴질 수 있을 여지가 충분했던 것 같다.
차량 하체의 셋업도 전형적인 푸조의 감성이다. SUV가 갖춰야 할 다양한 범용성을 물론이고 푸조 고유의 드라이빙 감각을 확실히 계승한다. 실제로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은 다소 크고 또 롤링도 제법 느껴지는 편이지만 지상고를 고려한다면 나름대로 훌륭히 억제되었고, 운전자가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이를 수행하는 완숙미를 갖췄다.
푸조 3008 GT는 기존 GT 라인대비 60마력이 늘어났고, 또 그 이상의 즐거움을 더하게 됐다. 감각적인 디자인, 실용적인 공간, 그리고 즐거우면서도 효율적인 드라이빙이 푸조 3008 GT라는 그릇에 모여 있다는 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푸조 3008 GT와 함께한 시간은 오랜만에 ‘푸조의 즐거움’을 모든 신경으로 느낄 수 있던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