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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55일 동안 별도 보급없이 지구 반바퀴를 연속 탐사할 수 있는 조사선이 있다. 38명의 연구원을 포함해 총 60여명이 승선할 수 있는 5900t급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과학조사선이다. 30m높이의 10층짜리 아파트 세동의 크기 정도로 거대하다.
‘바다 위의 움직이는 연구소’라고 불리는 이 조사선은 기존 과학연구선인 온누리호보다 항해거리가 2배가량 길고 대형 해양탐사장비도 실을 수 있다. 올해 10월 취항하게 되는 ‘이사부’호 얘기다.
◇한국도 4000t급 이상 해양조사선 갖게돼
바다가 3면으로 둘러싼 우리나라지만, 해양과학조사는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중국과 일본은 4000t급 이상 해양과학조사선을 각각 4척씩 보유하고 있고 특히 일본은 5만7000t에 이르는 선박도 있을 정도로 해양과학조사에 힘을 쏙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해양조사선은 4척으로 모두 2000t급 이하라 많은 연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이사부호가 올해 말 취항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나름의 해양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쌓게 됐다.
이사부호는 1500년전 울릉도의 옛 이름인 ‘우산국’을 우리나라 영토에 편입시킨 신라장군 ‘이사부’의 진취적인 기상을 이어받아 해양강국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배이름을 명명했다
5000t급 이상인 만큼 선내 공간에 제한없이 각종 첨단장비와 우수한 항해능력을 갖는 운상설비를 장착할 수 있다. 이사부호에는 해저 8000미터까지 탐사가 가능한 초정밀 염분·온도·수심측정기, 다중해저퇴적물채집기, 심해영상카메라, 해저 퇴적층 심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중음향측심기 등 40여종의 첨단 관측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태풍 수준의 12m 파도에서도 견딜 수 있고 5m의 높은 파도 속에서도 탐사활동이 가능하다.
해저 그랩센서 관측기는 TV가 장착된 그랩을 광케이블을 이용해 수천미터 해저로 내려가 해저면의 퇴적물, 생물시료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확인해면서 채취가 가능하다. CTD는 온도, 전도도, 용존 산소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수심 6000m아래로 내리면서 수중환경의 수직 분포를 측정하는 장비로 해양환경 및 생태계 등의 자료 수집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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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인도양 진출해 기후변화 연구
이사부호는 첨단 해양조사는 물론 태평양과 인도양까지 진출해서 해양자원개발 지원 및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바다의 금맥’이라고 하는 해저열수광상과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사부호는 먼저 우리나라 가까운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해양조사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서태평양은 우리나라 기후를 좌지우지하는 쿠로시오 해류의 발원지다. 태풍이 만들어지는 곳인 만큼 기후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연구를 할 예정이다.
인도양의 몬수도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심해 중심부에 발달한 열수부는 새로운 생물 자원과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2014년 인도양 심해 열수부에 여의도 면적의 35000배에 달하는 망간 열수광산 광물을 탐사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사부호가 취항하면 그만큼 다양한 해저 광물 자원 연구도 가능해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이사부호는 지구 환경 연구의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지 해양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고, 전 지구해양을 대상으로 각종 해양탐사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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