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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매장 문이 열리자 커다란 장바구니를 손에 든 30대 여인이 황급히 일행을 이끌고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가며 이렇게 외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었던 이곳에 빨간 리본과 함께 ‘팍슨 뉴코아(PARKSON NEWCORE)’라는 새로운 간판이 붙고 생겨난 변화다. 한국보다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중국이지만 평일 오전에도 쇼핑 나온 사람들로 건물 안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득템’의 기회라도 생길까 싶어 얼떨결에 따라 올라가본 4층 매장. 쇼핑몰 층별 안내도를 보니 아동·소가전·생활용품관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게 이어져있다. 4층의 인기 매장은 ‘모던하우스’, ‘백토리’ 등이다. ‘모던하우스’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 가구·생활용품 브랜드에 ‘백토리’는 백화점에 입점된 고급 브랜드 상품을 직접 매입해 아웃렛처럼 싸게 파는 편집매장이다. 백토리 매장에서 만난 쉔딴(35) 씨는 “아이와 함께 왔는데 쇼핑몰 안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어 아이를 맡기고 한 시간 정도 마음 편히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면서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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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랜드그룹의 첫 번째 중국 유통매장 ‘팍슨-뉴코아몰’이 문을 열었다.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매장은 1층 서관에 위치한 ‘럭셔리 갤러리관’. 코치, MCM, 토리버치 등의 브랜드 제품이 전시된 실버관과 에르메스, 디올, 프라다,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 등 최고가 명품 브랜드가 모인 골드관이 서관 입구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자리해 구매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구찌, 휴고 보스, 펜디, 스와로브스키 등 화려한 시계·쥬얼리 브랜드 제품도 같은 층에 별도 구성돼있다.
싸고 좋은 제품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차로 1시간 반을 달려왔다는 루쉔옌(42) 씨는 “1층에 있는 럭셔리 갤러리 제품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30% 정도 저렴하더라”라면서 ”여기는 세련된 백화점 같기도 하고, 저렴한 아웃렛 같기도 해서 새롭다. 우리 동네 주변에도 이런 몰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밖에 이랜드의 대표적인 SPA 신발 브랜드 ‘슈펜’, 패션 브랜드 ‘스파오’, ‘이니스프리’ 등 한국 화장품 매장도 쇼핑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계산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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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지아비’는 이랜드의 중국 진출을 이야기할 때에도 빼놓을 수 없는 말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들은 2000년대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과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면서 연거푸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중국에서 28개까지 점포를 늘리며 몸집을 불렸던 이마트는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보다 결국 매장을 8개로 줄였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1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한해 적자폭이 수천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선보이는 유통 매장의 차별점은 쇼핑몰이다. 2분의 1 가격으로 2배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중국 백화점들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고전하고 있는 시장에서 명품 직매입 매장, 다양한 SPA와 편집매장, 차별화 된 외식 브랜드, 유아 체험 콘텐츠 등으로 구성된 쇼핑몰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진출 방식에 있어서도 경제적인 효율성이 돋보인다. 중국에 유통매장을 보유한 현지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투자액을 대폭 줄였다. 점포는 중국기업이 제공하고 유통점의 경영은 이랜드가 맡는 형식이다. 1호 매장인 ‘팍슨-뉴코아몰’의 경우 지분은 이랜드가 51%, 중화권 대표 유통업체 바이셩이 49%를 나눠 갖는다.
이랜드는 이러한 방식으로 신규 출점에 시간과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연내 10개점, 2020년 100개점으로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자사만의 유통 강점으로 20여년간 쌓은 역량을 들었다. 지난해까지 이랜드는 중국에서 백화점 중심의 패션 사업으로 2조6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오는 2020년에는 중국에서만 총매출 25조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중 유통 사업을 통한 매출 목표만 15조원으로 잡았다.
현지에서 만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중국의 하드웨어(건물)와 한국의 소프트웨어(콘텐츠)를 결합한 형태로 중국에서 새롭게 도약하려 한다“면서 ”최고를 반값으로 ‘샤오캉’(먹고살만한 경제 상황)을 실현하겠다. 우리는 계속 기적을 만들고 싶다. 이랜드의 중국 역사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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