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9월 29일 10시 1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주식,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왑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체결한 통화스왑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통화스왑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통화스왑은 정부에선 금기어나 다름없다. 통화스왑은 비밀리에 추진돼야 효과가 있지, 공개적으로 할 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만 단독으로 하는 것보단 G20 등 국제공조차원에서 통화스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자본유출에 선제대응"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7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통화스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외환보유고 외에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을 상설화해 안정적인 외화자금 조달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민간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통화스왑은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 금융시장은 급격히 출렁거렸으나 같은 해 10월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6개월 한도로 300억달러의 통화스왑을 체결한 이후에는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비록 지난해 2월 1일 종료될 때까지 163억5000만달러밖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본유출시 공급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생각에 시장은 안정됐다.
◇ 위기의 시그널 될까봐.."아직은 아냐"
정부는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며 "2008년과 비교하면 경상수지, 재정건전성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훨씬 개선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두려운 것은 통화스왑 추진의 메시지가 외화유동성 부족이나 2008년과 같은 위기라는 시그널로 읽힐까봐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하고만 통화스왑을 하자고 하면 다급해보여 상당한 부작용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는 공식적으론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안팎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통화스왑을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2008년 이후 중국, 일본과 각각 체결한 통화스왑도 일부 남아있다. 중국과의 통화스왑은 내년 4월에 종료되나 일본과는 30억달러 규모로 2013년 7월까지 유효하다. 또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이 맺은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로 우리나라는 192억달러까지 공급받을 수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통화스왑을 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국제공조 차원에서 타진할 필요는 있다"며 "우리나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G20차원에서 신흥국끼리의 통화스왑을 논의할 수 있다. 신흥국의 통화약세가 무역수지를 생각할 때 선진국 입장에서도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