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를 따라 걸으며 봄 향기를 마시다

조선일보 기자I 2008.04.22 10:52:00

추천! 4월의 가볼만한 곳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비양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 비양도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조선일보 제공] 깊은 물속이 훤히 비칠 듯 맑고 푸른 바다를 가진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이다.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바다 건너의 섬인 탓에 쉽게 다가 설 수 없어 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 때문에 그곳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어도가 되었다.

제주도 여행은 반복하면 할수록 많은 것을 만나게 된다. 처음 제주를 찾으면 이미 알려진 드러난 관광지들을 서둘러 보고 떠난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주제를 정해 제주를 돌아보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여행의 주제는 다양하다. 넓고 큰 중심도로를 벗어나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즐기기, 한라산자락에 불쑥불쑥 솟아 오른 오름 트래킹 즐기기, 제주의 섬 속의 섬 즐기기, 제주 바다를 산책할 수 있는 해양스포츠 즐기기, 제주만의 토속적인 맛 즐기기, 천천히 바다를 따라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만나기 등이다. 

▲ 비양도 유래비<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이중 4월에 추천하는 테마는 바다를 따라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만나는 것이다. 투명한 하늘이 바다에 드리워 더욱 맑은 바다 빛을 가지게 되는 4월의 제주도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걷기에 적당한 때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한림읍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쓰고 다니던 모자를 바다위에 살포시 얹어놓은 듯한 섬이 있다. 한림항을 출발해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비양도’이다.

섬이 하늘을 날아가다 아낙에게 발견되어 그 자리에 멈춰 섰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이 섬에 외부인이 처음 발 딛는 곳은 섬 남쪽의 압개포구이다.

선착장과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이 있는 압개포구는 비양봉이 바람을 막아주어 배를 안전하게 댈 수 있는 것은 물론, 섬에서 가장 너른 평지가 있어 작게나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으로 일찍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다. 

▲ 비양도 선착장<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섬사람들은 좁은 평지를 일궈 그들이 먹을 채소들을 재배한다. 하지만 워낙 땅이 좁아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하므로 대부분 바다에서 주 소득원을 찾고 있다.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비양도 주위의 바다는 산호가 아름다워 스쿠버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해조류가 발달한 덕에 물고기도 많다.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풍부한 어획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연중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아드는 낚시명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 발 모양으로 벌리고 선 방파제 안 선착장으로 내려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양봉아래 자그마한 마을과 선착장에 맞닿아 있는 보건소이다. 알록달록한 섬 집들의 슬레이트지붕과 어우러져 있는 흰색 건물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건물이다.

▲ 비양봉에서 바라본 압개포구와 제주 본섬<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그것은 방파제와 보건소가 SBS특별기획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였기 때문. 배우 고현정의 연예계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에서 비양도는 고현정이 자라난 곳이며 그녀의 사랑을 만나는 장소로 묘사되었다.

보건소 앞에서 길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커다란 구조물 옆으로 비양도의 유래를 알리는 비석이 있다. 제주도의 화산폭발로는 유일하게 기록이 남아있는 비양도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곳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려 목종 5년 6월(1002년), 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았는데 산에는 네 개의 구멍이 뚫리고 붉은 물을 5일 동안 내뿜다가 그쳤다. 그 물은 모두 용암이 되었다. 고려목종 10년(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살피게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천둥치듯 땅이 진동하였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다. 

▲ 비양봉 정상의 등대<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산 높이는 100여장이고 둘레는 40여리나 되었다. 풀과 나무가 없었고 연기가 그 위를 덮었는데 마치 석류황 같이 보였다. 사람들이 두려워 감히 가까이 가려하지 않자 공지가 몸소 산 아래까지 가 그 형상을 그려서 바쳤다고 한다.(신증동국여지승람 권 38 제주목 고적)]

이 기록대로라면 섬의 나이는 이미 천년을 넘어섰다. 천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준 섬, 바다와 더불어 고단하게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을 지켜온 섬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도 들어보자. 조용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고 서서 발바닥을 통해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내온 섬과 대화를 나눠보자.

비양도의 해안선 길이는 약 3.5㎞이다. 2001년 완공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섬을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섬 안에 자동차가 없어 걷기를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해안일주도로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은 기암들이 있는 북쪽해안이다.

▲ 비양도 북쪽해안의 애기업은 돌<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바다 속에 긴 코를 넣고 물을 마시는 듯 보이는 코끼리바위, 바다에 잠겨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듯 보이는 물개를 닮은 바위, 아기를 등에 업고 선 듯 보이는 애기 업은 돌 등 신기한 화산석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이곳은 바다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가마우지가 가득 내려앉은 코끼리바위 주변에서 강태공들이 낚시를 드리우고 선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물이 빠져나가면 바위 사이사이에서 보말(고둥) 잡이를 할 수 있다.

기암지대를 지나오면 염수지인 펄랑 못이 있다. 예전엔 바닷물이 드나들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해안일주도로로 막혀 물의 드나듦이 어려워졌다. 못 가장자리로 갈대를 비롯해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새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생태공원 가장자리로 나무다리를 놓아 산책하기 좋다. 산책로 끝부분엔 삼색 깃발이 꽂힌 할망당이 자리하고 있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어부와 잠녀로 바다에 나가 일하는 주민들이 저마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다.

▲ 비양도 동남쪽의 펄랑못 산책로<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할망당을 돌아 포구로 나오면 보건소 옆 골목으로 들어서 비양봉으로 올라보자. 해발 114m의 낮은 산봉우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이지만 그리 길지 않아 오를만하다. 산을 오르다 커다란 분화구 앞에 다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등대가 있는 정상으로, 왼쪽 길은 비양나무 자생지인 작은 분화구로 이어지는 것.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제주도 제일의 전망 포인트인 비양봉 정상이다. 그곳에 서면 둥근 지구에 담긴 바다를 볼 수 있다. 건너편 본섬의 우뚝 솟은 한라산과 오름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둥근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크게 심호흡하며 자연의 정기를 듬뿍 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 중간엔 작은 대숲이 있다. 이것은 한때 대나무가 많아 ‘대섬’이라 불렸다는 비양도의 또 다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처럼 일부에만 대나무가 남게 된 것은 화살로 사용될 대나무 공역이 많아지자 섬에 불을 질러 대숲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 비양봉 오르는 길<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지금의 비양도는 살기 좋은 섬이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발전소가 있어 전기 걱정 없고, 본섬과 연결된 수도관이 있어 물 걱정도 없다. 이처럼 단순한 이유만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섬, 비양도를 오가는 배는 하루 두 번 운항된다. 한림항 도선장에서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출발하며 뱃삯은 어른 1천500원, 어린이 900원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도로는 볼거리가 많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형제섬, 송악산 등이 길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길은 비교적 차량통행이 잦은 편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들이 즐비하기 때문.

게다가 송악산 아래에는 마라도를 오가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도로 한쪽으로 자전거와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좁은 도로가 놓여있으나 차량의 위협에서 그리 안전하지는 않다. 걷기보다는 드라이브코스로 추천한다. 

▲ 사계리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사진촬영:여행작가 한은희>
:::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 http://cyber.jeju.go.kr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 www.hijeju.or.kr

○ 문의전화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 064)742-8861~4
- 한림항도선장 : 064)796-7522
- 비양도 리사무소 : 064)796-2730

○ 교통
[항공사]
- 아시아나항공(주) : 1588-8000
- (주)제주항공 : 064)746-7003
- (주)대한항공 : 1588-2001

[제주할인항공권]
- 아이러브투어 : 02)734-5677, www.eilovetour.com
- 대장정여행사 : 02)744-8280, www.daejangjung.co.kr

[렌터카]
- 제주렌트카 : 064)747-3301, www.chejurentcar.co.kr
- 월드렌터카 : 064)743-1007, www.worldrent.co.kr

○ 대중교통
- 제주종합시외버스터미널 : 제주시 오라1동, 064)753-1153~4
- 한림리 행 : 오전 5시 40분부터 오후 9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 약 1시간 소요. 한림읍 한림리에서 내려 한림항까지는 도보 10분 거리.
- 사계리 행 : 오전 6시 15분부터 오후 9시 25분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 약 1시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 제주공항에서 나와 우회전-서부일주도로로 진입-하귀리 해안도로 입구에서 우회전-하귀~애월 해안도로-서부일주로도 합류-한림리 입구에서 한림항 방향으로 우회전 진입- 한림항
- 제주공항에서 나와 서부관광도로로 진입-중문방향과 대정방향으로 나뉘는 삼거리에서 대정방향으로 진입-산방산, 산방굴사 이정표 따라 갈 것.

○ 숙박정보
- 펜션 로그캐빈제주 :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064)799-2070, www.logcabinjeju.co.kr
- 아로마관광호텔 : 제주시 연동, 064)742-7070, www.aromajejuhotel.com
-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 :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064)764-9669, www.jejutiffany.com
- 펜션 재즈마을 : 서귀포시 상예동, 064)738-9300, www.jazzvillage.co.kr

○ 식당정보
- 호돌이식당 :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비양도, 064)796-8475
- 산지물식당 : 제주시 건입동, 064)752-5599, www.sanjimul.com
- 성원식당 :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064)794-0085
- 도솔천 : 서귀포시 동홍동 서귀포고등학교 입구, 064)763-7637
- 갯바위횟집 : 서귀포시 서귀동, 064)763-3392

○ 주변 볼거리
- 항몽유적지, 국립제주박물관, 한라수목원, 마라도, 박수기정, 안덕계곡


▶ 관련기사 ◀
☞春! 봄빛 찬란한 南道로 떠나요~
☞제철맞은 쭈꾸미, 아직도 못드셨나요?
☞10달러짜리 ''mp3 가이드''와 시드니 골목골목 여행하는 법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