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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포인트)외환시장을 흔드는 하이닉스

하정민 기자I 2001.11.29 11:02:43
[edaily] 29일 달러/원 환율은 1270원대에 안착하는 오름세다. 지난 19일~26일에 걸쳐 진행된 환율 급락세가 멈춘 것은 주식시장 조정,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 단기바닥 인식 등이 어우러진 결과. 그러나 27일이후 환율이 상승반전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외화부채를 출자전환한 은행들이 포지션정리를 위해 27일부터 달러매수에 나선 것. 증시와 함께 외환시장 동향을 좌우한 최대 변수인 셈이다. ◇충당금? 출자전환? 27~28일 은행권의 집중적 달러매수를 두고 하이닉스반도체와 관련한 대손충당금 수요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는 몇몇 은행이 하이닉스 외화대출금 출자전환과 관련한 환율변동 위험을 커버하려고 달러매수에 나선 것이다. 대손충당금(allowance for bad debts)은 매출채권 중 특정기간까지 미회수액으로 남아있는 금액에서 회수불가능하다고 추정하는 금액을 비용처리하기 위한 계정이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보전"용 금액. 대출금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은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그 기업의 주식과 맞바꾸는 것이다. 일종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방법으로 은행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채권자가 아닌 주주가 된다. 은행은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기업을 정상화한 뒤 다른 곳에 매각할 수 있고 기업은 부채축소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반면 주가변화에 따라 은행은 수익이 불안정해질 위험에 직면하며 기업 시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커진다. ◇주식과 환율변동이 무슨 상관? 달러를 차입한 은행이 외화자금을 하이닉스에 빌려주기만 했다면 환율이 떨어지건 오르건 은행입장에서는 신경쓸 이유가 없다. 반면 출자전환 시 은행은 빌린 달러와 원화주식을 동시에 보유하므로 증시와 환율변동 위험에 동시에 직면한다. 빌린 달러가 있는 한 달러매수로 헤지할 필요가 생긴다. 은행권 달러매집은 "어차피 달러를 사야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쌀 때 사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현재 은행권 전체의 하이닉스 출자전환 배분명세표는 다음과 같다. 10월27일 기준 1조7090억원으로 달러환산 시 13억1468만달러 정도다.(환율 1300원 기준) 각 은행들은 하이닉스 전환사채 발행 예정일인 12월6일 이전까지 출자전환과 관련한 대금납입을 끝내야한다. 2주동안 대규모 달러수요가 대기한다는 뜻이다. 무담보채권별 출자전환 중 외화관련 배분명세(출처:하이닉스 채권단) ◇환율방향과의 관계 시장관계자들은 출자전환 관련 달러매수보다 이를 뒤따른 투기적 달러매수세가 환율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몇몇 은행의 달러매수를 정부의지의 반영이라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며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를 1260원 지지와 동일시하는 시장참가자들이 늘어 달러매수세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른 딜러는 "28일 반등은 주가급락과 함께 일어났기때문에 포지션 커버의 위력을 진단하긴 힘들다"며 "그는 "주가도 조정을 받으면서 1260원 바닥인식이 커졌을 뿐 증시가 재상승한다면 상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지션 커버수요는 외인 주식자금과 매물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일 뿐 하락추세의 변환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달러수요가 주식시장의 추가하락과 결합한다면 반등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증시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환율은 주식시장 동향과 밀접하게 연계돼있다. 시장분위기에 휩쓸린 섣부른 뇌동매매를 자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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