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권혁 시도그룹 회장으로부터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체납세금을 모두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15년 해묵은 고액체납사건이다보니 베테랑급 국세청 직원도 “솔직히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진 못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국세청의 ‘고액체납 특별대응 태스크포스’의 송윤정 역외정보담당관을 만나 권혁 회장 추적기를 들어봤다.
송 담당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전액 환수 시점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조세정의를 위해 시작한 일”이라며 “의미 있는 일이라 보고 의기투합할 수 있는 직원들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을 향한 국세청의 추적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고액 체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지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2011년 역외탈세 조사로 덜미를 잡았으나 소송에만 15년 가까운 세월을 허비하다, 2024년 대법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것도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올해 초 역외정보 해외자금추적팀을 포함한 ‘고액체납 특별대응TF’가 출범하면서 송 담당관을 비롯한 15명가량이 투입됐다.
가장 골머리를 앓게 한 것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권 회장의 해외 재산을 어떻게 압류하느냐였다. 권 회장은 국내에 재산을 두지 않고 해외에서 다단계 지배구조로 선박 사업을 벌여 자산의 실소유주를 입증하고 압류하기가 극히 까다로웠다는 설명이다. 송 담당관은 “그럼에도 임광현 청장이 ‘청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해줄 테니 체납 세금을 다 환수해 오라’고 하셔서 사기 진작이 됐다”며 “실제로 인력과 예산, 해외출장 등을 모두 지원 받았다”고 했다.
|
송 담당관은 “외교사신처럼 국세청 직원들이 청장의 친전을 들고 가는 건 이례적인 경우로 청장의 친전 외교, 편지 세정외교가 빛을 발했다”며 “친전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힘들었을 실무진 회의가 바로 잡혔고 파나마와 라이베리아 등에서 유의미한 공조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라이베리아를 맡은 직원들은 59시간의 왕복 비행에 말라리아와 황열 예방접종을 맞는 등 직원들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치켜세웠다.
1980년대 선박 압류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발굴’하면서 법률적 실마리도 찾았다. TF는 이 판례를 토대로 최신 법률자문을 받고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송 담당관은 “결국은 권 회장이 선박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심하면서 해결의 시간이 당겨졌다”며 “권 회장이 병원을 짓는 등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는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뜻을 펴기로 마음 먹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국세청은 향후에도 전국 지방청에 세무조사·체납 특별조사팀을 가동해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을 이어갈 방침이다. 송 담당관은 “2011년 역외탈세 담당 과가 처음 생긴 이래 15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직원들의 노력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며 “마치 국정원 직원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묵묵히 일해온 국세청의 역외정보 담당 직원들이 이렇게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간의 노고에 박수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