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82) 작가는 1968년, 1969년 국전에서 연이어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며 20대의 나이에 한국의 대표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파리미술관, 후쿠오카시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현대 조각사에 중핵적인 인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적의 시리즈 조각 작품과 한지 평면작품을 선보인다. 작가가 평생 탐구해온 독자적 예술의 세계를 되짚어볼 수 있다.
|
돌덩어리의 표면을 거칠게 처리하거나 매끈한 질감과 대비시켜 관람자가 돌 그대로의 속성을 바라보게 하는 식이다. 재현적 요소를 완전히 차단하는 작가의 예술 세계 화두는 자연물을 인위적으로 변형하거나 의미화 하는 대신 낮은 자세로 물질 고유의 성질을 존중하는 자연과의 만남이다. 윤우학 평론가는 “사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개발하고 그것을 접하는 인간의 시각을 자연적 흐름 속에 위치시키는 작업이자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라고 평했다.
박 작가는 영역을 한번 더 확장해 한민족의 전통재료인 한지를 채택했다. 한지는 화강암이나 철의 물성과 같이 전통적인 재료에 천착해온 그의 ‘쌓기’ 조각 작업과 맥이 통한다. 작가는 한지라는 오브제를 기하학적 형태로 잘라 평면의 캔버스 위에 접합하는 입체적 양식을 취한다. 선의 형태를 띄게 되거나 쌓는 과정에서 촉각성을 포함한 종이의 물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분할과 분절이 한지라는 물질감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트갤러리 관계자는 “지난 60년간 자신의 예술세계를 유감없이 발현해 온 작가의 흔적들은 한국 현대 추상 조각 회화사의 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며 “이번 개인전을 통해 박석원 작가의 올곧은 우직함이 큰 울림으로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