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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와 스웨덴 검찰이 스웨덴 음주측정기 회사 디그니타시스템스(디그니타)과 빌랄 간 뇌물 수수 의혹을 조사중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그니타는 2017년부터 튀르키예에서 음주측정기·점화잠금장치 독점공급권을 얻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디그니타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서를 올리는 데 성공했는데, 디그니타 대표가 빌랄과 만난지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보인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디그니타가 튀르키예에서 제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튀르키예 내 페이퍼컴퍼니에 일종의 수수료로 3억84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다시 에르도안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이븐할둔대학교와 튀르키예청소년재단(TUGVA)에 기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빌랄의 측근 정치인인 이르판 군두즈도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요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디그니타는 미국 모회사인 스마트스타트가 미국 뇌물방지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튀르키예 사업을 중단했다.
이 같은 의혹에 앤더스 에릭슨 디그니타 최고경영자(CEO)는 기밀유지 계약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빌랄 측 변호인은 “완전히 틀린 주장”이라며 “거짓말 투성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미 법무부나 스웨덴 검찰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의혹이 기소 등으로 이어지면 튀르키예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잖아도 튀르키예와 서방 사이가 아슬아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 양국 사이가 특히 험악하다. 튀르키예와 스웨덴은 접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빌랄이 부패 혐의에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3년에도 뇌물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듬해엔 에르도안 대통령과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은폐를 논의하는 듯한 통화가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