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만난 기시다, 6500억원 지원 약속…"흔들림 없는 연대"

박종화 기자I 2023.03.22 09:27:39

G7 정상회의에도 초청…젤렌스키, 전후 재건 참여 요청
시진핑-푸틴 정상회담 기간 맞춰 견제 메시지 해석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연대와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을 강조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사진=AFP)


◇기시다 “러시아 침공은 국제질서 흔드는 폭거”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며 일본의 흔들림 없는 연대(의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 등에 4억7000만달러(약 6128억원)를 무상지원하고 3000만달러(약 395억원) 규모 비살상장비도 공여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관계를 ‘특별한 글로벌 파트너십’ 수준으로 격상하고 기밀 공유를 위한 정보보호협정도 체결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과 녹색 에너지 프로젝트, 지뢰 제거 등 재건 사업에서 일본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에 전후 재건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진정으로 강력한 국제질서의 옹호자”라며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본의 리더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도 맹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부차를 찾아 “잔학 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질서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고 했다.

◇“기시다 우크라 방문은 中견제에 초점”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현재 우크라이나가(우크라이나 상황이)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유사한 팽창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일-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기간 중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중재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일본보다) 중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여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은 BS닛폰 방송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는 학살이 있었던 부차,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궁전 같은 곳에 있었다”며 “이것만으로 (세계에) 다른 인상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 진정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그 반대의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고 견제 메시지를 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일본 정부는 경호상 보안을 위해 방문 7시간 전에야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기시다 총리는 10여명만 대동하고 인도에서 폴란드까지 민간 전세기로 이동한 후 폴란드에서 열차로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일본 총리가 전쟁 중인 지역을 방문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기시다 총리를 마지막으로 G7 국가 정상이 모두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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