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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조선일보는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북측 실무자로 나섰던 이들이 회담 실패를 이유로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혁명화 조치(강제노역 등 처벌)’를 받았고 김혁철 특별대표는 처형됐다는 정보도 나왔다. 같은 날 정용기 의원은 해당 보도를 거론하며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말을 해, 정치권에서 맹비난이 쏟아지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백악관 측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사실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다만 지난 4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장금철 신임 부장으로 교체되고 북한 내에서 김영철계 인사로 통했던 김혁철 특별대표 역시 경질설이 제기된 바 있어 미국 대북 외교 담당자들도 북측 실무인사들의 교체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 정보 확인이 어려운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김 특별대표 등의 처형설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나왔다. 국내 보도를 인용한 AP통신은 “이 보도가 틀렸다면, 한국 매체와 정부기관이 허위 정보를 낸 첫 사례는 아니다”며 이전에 한국에서 나온 북한 관련 오보에 주목했다.
AP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리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됐다’는 정보를 냈으나 이후 가짜 첩보라는 것이 드러난 점과, 2013년 한 매체를 통해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해 멀쩡한 모습으로 방남까지 한 사실을 거론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처형 보도를 낸 조선일보에 대해 “한국에서 북한 보도를 가장 열심히(fervently) 취재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이고, “편집 방향이 매우 보수적(strongly conservative)”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