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올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체질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전략을 내세우면서 수주 실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내실을 다지는 성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조업 기업 문화가 지배하면서 현대건설 특유의 야성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9월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은 8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16조188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해외 수주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70%에 달하던 해외 수주 비중이 올해는 52%에 그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건설)의 경우 같은 기간 8조7833억원의 수주를 거둬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면서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이처럼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는 줄어들었으나 국내 도시정비 사업 부문에서는 1조5500억원 수주를 달성해 2년만에 1위 자리에 복귀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사업은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고 국내 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그만큼 현대건설이 `돈 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아파트 분양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 현대건설이 올해 분양에 나선 4개 사업장 중 2개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 877가구를 일반 분양했지만 3순위까지 495명만 청약하는데 그쳤다.
인천 서구 당하동에서 분양한 `검단 힐스테이트6차` 454가구 역시 123명만 신청하는 부진을 보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과 건설사 문화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면서 "현대건설은 선택적으로 수주를 줄이고 비용은 통제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최근 투자 설명회에서 "내년에는 마진을 포기하면서 얻는 수주보다는 영업이익률을 6% 유지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해외 사업의 경우 리스크가 커서 수주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와 같은 현대건설의 야성이나 저돌성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0억달러 수주를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색깔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능력이 없어서 수주를 못하는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선별하는 것이므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한국 건설사들의 낮은 마진 문제가 지적돼 왔는데, 현대건설이 앞으로 이를 개선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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