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급속한 고령화 산물인 만성퇴행성질환 환자는 큰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동네약국은 점점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게 박 회장의 논리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약국은 인근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 건수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일반약과 건강미용 잡화는 올리브영, W-store 등 드럭스토어가 일부 틈새를 파고든 상황이다.
박 회장은 “약국은 약은 물론 건강관련 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잡화점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약국을 수퍼마켓 처럼 꾸며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서는 경쟁과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사들은 일반약 수퍼판매를 허용하자고 하면 극렬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약국을 수퍼화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드럭스토어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알아야 합니다.”
박 회장의 ‘약국변화론’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는 장수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늘어납니다. 그런 소비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약국입니다. 따라서 약만 있는 약국이 아닌 건강잡화점이 약국의 미래인 셈입니다.”
박 회장은 일관된 논리로 약국의 변화를 강조했다. 1년에 100여개씩 온누리 회원 약국이 늘어나지만 폐업하는 곳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들 회원을 보다 목 좋고 넓은 곳에서 드럭스토어를 운영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교육과 경영지원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높여서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약국 경영에 성공한 박 회장의 사업 수완은 렉스진바이오텍과 렉산이라는 바이오기업을 통해서도 빛을 발한다. 박 회장의 사업은 다분히 회원 약사들의 이익증진과 맞물려 있다.
렉스진바이오텍 설립과 증자, 코스닥 등록 과정에 회원들을 참여시켜 이익을 도모했고 신약개발에도 참여, 약사의 사명과 주주의 이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회원들의 손에 쥐어줬다.
미국법인인 렉산은 미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수석심의위원을 지낸 안창호 박사와 함께 설립한 회사로 종근당, KT&G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렉산은 현재 나스닥 장외시장(OTCBB)에서 거래중인 가운데 지난 10일 아멕스 상장을 신청한 상태. 아멕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주식거래소 중 하나다.
또 온누리약사복지회를 만들어 좁은 약국에만 앉아 있는 약사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사회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약사들은 받는데만 익숙했고 베풀 기회는 적었습니다. 약사들이 복지회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복지회는 그동안 무료진료, 건식지원, 지팡이지급 등 노인복지 사업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장학사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 2004년에 작고한 남편의 이름을 딴 농업회사법인 (주)영돈을 제주도에 세워 차밭을 경작하고 있다. 농사 2년째인 올해 첫 수확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한번은 모교인 부산대 약대에 출강, 후배를 양성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온누리약국체인의 사훈인 ‘불타는 사랑과 깊은 열정’은 바로 박 회장의 삶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