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GM` 기업사냥꾼도 손떼나

조용만 기자I 2005.12.21 10:44:20

대주주 커코리언, 1200만주 매각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돈냄새를 맡고 덤벼든 기업 사냥꾼도 GM에는 손을 든 것인가. 억만장자이자 GM의 3대 주주인 커크 커코리언이 GM주식 1200만주를 매각하면서 그의 행보와 GM의 운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커코리언, GM 지분 2.1% 매각

커코리언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트라신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커코리언은 지난 15일과 19일 양일간 GM 주식을 처분했고 이에 따라 9.9%였던 지분율은 7.8%로 줄어들었다.

커코리언은 10년전 경영위기에 빠진 크라이슬러 인수를 추진했던 유명한 기업사냥꾼. 포브스가 선정한 41대 부자로, 보유 재산이 89억달러에 달하는 커코리언은 지난 4월이후 GM지분을 대량 매집했고, 시장에서는 GM의 구조조정 및 경영권 향방과 관련,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왔다.

커코리언이 지난 4월이후 GM 지분매입에 투자한 자금은 17억달러. 커코리언은 지난 5월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확대, 3대 주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분매입 이후 신용등급 추락과 판매부진, 부품공급회사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GM 주가는 급락했다. 커코리언은 GM 주식을 25~27달러, 32달러, 35달러 등의 수준에서 분산 매집했지만 GM주가가 최근 20달러대 초반까지 추락하면서 3분의 1가량의 투자 손실을 봤다.

20일 뉴욕증시에서 GM의 주가는 장중 한때 1982년 10월 이후 23년래 최저 수준인 19.63달러까지 떨어졌고 시간외 거래에서 더욱 낙폭을 넓혀 19.35달러까지 밀려났다.

◇지분매각은 `추가손실 방지`..GM 회생 불가능?

일부 전문가들은 커코리언의 지분 매각이 GM의 회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유진 제닝스 명예교수는 "커코리언의 생각은 GM 주식이 앞으로 더욱 떨어져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커코리언의 주식 처분은 추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커코리언은 주식매입을 전후로 GM의 주가와 경영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왔다. 커코리언은 지난 5월 4일 GM주식 2800만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고 이날 뉴욕증시에서 GM주가는 16%나 급등했다. 커코리언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31달러로 전날 종가에 11.6% 높은 수준으로 GM은 이날 증시 랠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제적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다음날 GM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하면서 GM주가는 폭락했다. GM의 주가는 이후 판매부진과 신인도 하락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한때 자회사였던 부품공급업체 델파이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GM은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릭 왜고너 GM회장은 공장폐쇄와 인력감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GM은 2008년까지 공장 12곳을 폐쇄하고 북미 사업부문 인력을 3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판매부진으로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11월에는 회계오류 파장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GM의 파산설이 나돌았고 경영위기가 본격화됐다. 시장에서는 GM투자로 막대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커코리언이 GM의 알짜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손실부담을 줄이기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줄곧 대두돼 왔다.

커코리언은 과거 크라이슬러 경영권 인수를 추진할 당시 IBM에서 영입했던 제리 요크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GM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확산됐다. GM은 최근 요크의 이사 영입문제를 놓고 커코리언과 협의를 벌여왔지만 합의를 보지는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커코리언은 GM지분을 대량 매각했고, GM 주가가 20달러밑으로 떠어진 상황에서 향후 그의 움직임에 더욱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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