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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기에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책무를 지우고 있다. 선관위는 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원에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헌법과 법률로 임기와 신분을 보장해 직무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공정한 선거관리와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실현하라는 취지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며 선관위가 과연 헌법상 책무에 맞는 수준의 능력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상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투표소에서는 오후 1시께부터 투표용지 부족 우려가 보고됐다고 한다. 투표용지는 보안과 절차 때문에 즉시 추가 제작이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관위로서는 사전에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사후 해명이다. 선관위는 낮은 사전투표율 등을 근거로 선거인의 50% 수준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대 지방선거의 최저 투표율은 50.9%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관위가 애초에 낮은 투표율을 전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최대한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독려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낮은 투표율을 예상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은 선관위 본연의 역할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 상황에 선관위 스스로 불신과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으로,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기간 투표용지 반출, 대리 투표 등 사례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이뤄졌고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향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한 각종 법적 분쟁과 선거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형사 책임이나 사법적 판단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선관위의 역량과 책임의식을 재점검하는 일이다.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를 통해 완성된다. 그리고 그 절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특정 선거의 결과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 역시 스스로에게 부여된 헌법적 책무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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