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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별도 자문채널 강화…노조·협력사 의견 담는 컨트롤타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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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6.06.02 05:00:03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이사회 산하에 보상·노사 소위 구축
위기 땐 최고경영진과 긴밀 공조를
주주가치 중심으로 기울어진 관점
협력사·지역사회 등까지 포괄
교수·장관 중심 사외이사 벗어나
보상·공급망 실전형 전문가 늘려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산업계에 어떤 질문을 남겼을까. 이번 사안을 두고 “이사회가 나서야 했다”는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현실에서는 다소 이상적인 요구일 수 있다. 우리 대기업 이사회는 오랫동안 위기 상황에서 독자적인 판단과 조정 기능을 발휘하는데 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한국 대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성과급 논란’ 이사회는 왜 침묵했나

이번 논란에서 이사회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보 비대칭성이다. 성과급 갈등은 숫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업황, 사업부별 수익성, 기술 인력 유출, 경쟁사 보상체계, 투자 우선순위, 협력사 및 생태계 문제까지 얽힌 복합 사안이다. 이런 문제에서 이사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현장의 데이터와 맥락을 실시간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상장사 이사회는 현장 갈등의 미세한 결을 읽어낼 상시적 정보 채널이 매우 약하다. 맥락을 모른 채 성급히 뛰어드는 이사회는 해결사가 아니라 변수가 될 수 있다. 애초에 이사회가 현장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새로 짜는 일이 먼저다.

둘째, 독립성의 형식과 실질 사이의 괴리다. 사외이사가 많다고 곧바로 독립적인 판단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외이사 제도는 형식상으로는 독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 선임 구조는 여전히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을 반복해서 받아 왔다. 이번 같은 사안에서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관점 자체가 지나치게 주주가치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이사들은 여전히 자신을 주주의 대리인으로 이해한다. 상장사 이사회가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주주가 제공한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숙련된 종업원, 신뢰할 만한 협력사와 공급망, 충성도 높은 고객, 지역사회, 기술 축적과 조직문화 등이 함께 부가가치를 만든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주주가치와 이해관계자 이익은 상호 보완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양자의 이익이 상충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성과급 논란이 벌어질 때 한국 기업들은 대개 “종업원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 또는 “주주가치는 얼마나 훼손되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문다. 정작 중요한 “기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가”라는 질문은 빠져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한국형 수프라-TMT’ 도입 고민해야

그렇다고 필자가 이사회의 성과급 개입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사회는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세 가지 전제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사외이사 풀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법률, 학계, 관계 전문가 중심의 선임에서 벗어나 인사·보상, 노동, 산업정책, 공급망, 조직문화 분야의 실무형 전문가가 들어와야 한다. 둘째, 기업에 포획된 사외이사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경영진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의결권자문사 등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자문·검증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이해관계자 관점을 가진 이사회 멤버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 종업원과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까지 포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대거 포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사회가 장기 생존과 사회적인 정당성을 함께 설계하는 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가 평소에는 경영진을 감독하되, 갈등과 위기 국면에서는 단순한 승인 기구를 넘어 경영진 위에서 현장을 총괄적으로 바라보는 확장된 전략조정팀처럼 작동하는 구조, 이른바 ‘한국형 수프라-TMT(Supra-Top Management Team)’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최고경영진(TMT)과 이사회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말한다. 핵심은 이사회가 보고서만 보는 의사결정 방식을 깨는데 있다. 예컨대 성과급·인사·공급망 이슈 등이 발생하면, 이사회 산하에 독립적인 보상·노사 소위원회와 상시 현장 브리핑 체계를 두고, 노조·사업부·협력사·외부 전문가 의견을 동시에 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성과급 논란의 근본적인 질문은 이렇게 큰 갈등이 벌어졌는데도 왜 이사회는 끝내 책임 있는 조정자, 장기가치의 설계자, 이해관계자의 균형자로 등장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그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모색하면서, 이를 기업 이사회와 거버넌스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사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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