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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력 계통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제주 지역 신재생 발전 설비에 총 15차례의 출력제한이 이뤄졌다. 현 추세라면 올해도 연 60여차례, 1만메가와트시(㎿h) 이상의 출력제어가 이뤄질 전망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제주 지역 출력제한 횟수가 6회, 총 제어량도 252㎿h에 그쳤다. 그러나 2020년엔 그 횟수와 제어량이 77회, 1만9949㎿h까지 늘었다. 제주는 지난 2012년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섬(CFI)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풍력발전을 빠르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2016년 92.6㎿에서 지난해 525.6㎿로 5년 새 5배 이상 늘었다. 제주 내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 비중도 2020년 18%를 넘어섰다. 7% 전후인 전국 평균치의 2.5배에 이른다.
전력 공급 불확실성도 더불어 커졌다. 태양광은 그 특성상 날씨 좋은 낮 시간대에 전력을 집중 생산하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 신재생 발전 비중은 18%대이지만 낮 시간대엔 60%까지 늘어난다. 낮 이외의 시간대 전력 수급을 고려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기존 발전원을 대폭 줄이기도 어렵고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정전 사고 우려 때문에 계통제한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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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까지는 공공 풍력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계통제한 조치가 이뤄졌으나 최근 민간 설비 계통제한 조치가 늘며 사업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손실 보상을 요구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빈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기획실장은 “계통 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제어가 필요하지만, 사업자의 수익성이 가장 좋은 때 이를 훼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선 날씨가 좋으면 오히려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제주 지역에 물의 고저차를 이용한 양수발전소를 짓거나 신재생 잉여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당장은 제주 지역만의 문제이지만 신재생 증가와 함께 전국적인 전력계통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올 들어선 제주가 아닌 전남 지역에서도 신재생 출력제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제주 지역 전력 과잉공급 문제를 풀 대안으로 꼽히는 제주~전남 해저 송전선로(HVDC) 확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업계는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VRE) 발전 비중이 15%를 넘어서면 유연성 자원 확보가 필요하기 시작하고, 25%를 넘어서면 VRE가 전체 전력수요의 100%를 담당하는 시간대도 생기며 유연성 자원이 필수가 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까지 늘릴 계획이다.
많은 전문가가 제주 내 양수발전소 건설을 최적의 대안으로 꼽았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물을 퍼올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물을 흘려보내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유연성 전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현재 전국에 10개 양수발전소를 운영 혹은 건설 중이나 제주 지역에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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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제주 내에서도 환경영향이 적은 목초지 등 양수발전소 건설 가능 후보지가 3곳 이상 있다”며 “당국 의지와 업계의 노력, 지역사회 호응 땐 제주에도 양수발전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에너지경제연구원 재생에너지정책연구팀 연구위원도 “양수발전은 가장 경제적인 전력 유연화 방안”이라며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지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잉여 신재생 전력 활용 그린수소 생산을 조기 상용화하고 실시간 전력 도매시장 도입 등 전력시장 개편을 서둘러 출력제한 문제의 전국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제주의 출력제한 증가는 곧 육지에서도 생길 문제”라며 “유연성 발전원 확대와 에너지 저장 연계, 전력시장 체계 개편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