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DLF사태 최대수혜자는 로펌?

장순원 기자I 2019.12.01 14:08:2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이 은행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최대 수혜자 같습니다.”

DLF 사태가 징계와 분쟁조정 절차로 넘어가면서 은행권과 금융감독당국의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은행이 굴지의 로펌을 앞세워 방어막을 펴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은행권이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징계 처분과 분쟁 조정절차를 앞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김앤장과 광장, 세종, 율촌을 포함한 대형 로펌 7곳의 자문을 받으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두어 곳의 ‘주포 로펌’을 두고 사안별로 전문 로펌의 조력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와 하나은행은 올 초 해외 금리연계 DLF를 투자자에게 대거 팔았으나 대규모 원금 손실을 발생하며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확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금감원 검사를 받은 결과 내부통제가 부실했고 불완전판매 정황까지 포착됐다.

은행들이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을 총동원한 이유는 사안이 복잡하고 얽힌 투자자들이 많아 적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가는 은행 책임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DLF와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오는 5일 열려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사의 손해배상 비율이 결정되는데, 금융권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 비율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형사소송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처벌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우리와 하나은행에 보낸 검사의견서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감독책임자’로 명시했다. CEO까지 제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일종의 ‘경고장’이다. 은행으로서는 총력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내색하지 않아도 속내는 불편하다. 우리와 하나은행이 국회를 포함해 대외적으로는 금감원 검사 및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적극협조한다고 약속했으나 굴지의 로펌을 동원해 자신들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로펌을 앞세워 은행의 피해를 줄이는데 초점을 두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라며 “경영진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려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데 결국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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