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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김준기(74)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입국한 뒤 경찰에 즉시 체포됐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의 입국 거부로 진척이 없었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전 회장을 체포해 곧바로 경찰서로 이송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지 2년 3개월여 만에 돌아온 김 전 회장은 현재 수서경찰서에 수감된 상태이며, 이날 오전부터 고소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의 이번 귀국은 강제송환의 성격이 아닌 자진귀국의 형태로 이뤄졌다. 김 전 회장 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입국 계획을 경찰에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3시 47분쯤 수갑을 찬 채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비서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김 전 회장은 “제 사건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이 “혐의를 인정한다는 말이냐”고 재차 물어보자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비서 A씨는 지난 2017년 9월 김 전 회장이 자신을 상습적으로 추행했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해 7월 김 전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는데 계속해서 귀국을 미루고 있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B씨도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16년부터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김 전 회장의 별장에서 1년간 가사도우미로 근무하던 중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위해 2017년 11월 미국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발부받았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이민 변호사를 고용, 질병 치료를 이유로 당국에 계속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해 6개월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법무부에 김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고,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화 조치 됐다는 사실을 미국 인터폴과 국토안보부(한국지부)에 재통보하는 등 그의 귀국을 다각도로 압박했다. 결국 비자를 추가로 연장하지 못한 김 전 회장은 2년여 만에 귀국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