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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무라타와의 글로벌 MLCC 시장점유율 격차를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MLCC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 44%, 삼성전기 21% 순으로 나타났다.
MLCC는 반도체와 같은 능동부품 주변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일정량씩 공급하는 수동부품이다. 배터리의 전류를 들쭉날쭉 공급하면 부품이 망가지고 제품 결함이 생기는데, MLCC는 이를 막는 ‘댐’인 셈이다. 스마트폰, TV 등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전기차에도 필요한 핵심부품이다.
최근 업계 1,2위인 무라타와 삼성전기는 앞다퉈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삼성전기는 중국 텐진에 5733억원, 무라타는 일본 시네마현에 3937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MLCC 신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증설경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삼성전기는 향후 MLCC 수요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도 높아 공급과잉 우려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제어해야 하는 성능이 많고 전기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MLCC가 필요해져서다. 삼성 갤럭시S 초기 모델에는 MLCC가 200~300개 정도 필요했으나 최근 출시된 갤럭시S9 시리즈에는 기기 하나당 약 1000개씩 들어간다. 전기차에는 1만개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모래알만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도 세계적으로 드물다. MLCC는 최소 0.4×0.2㎜ 크기로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날아갈 정도로 작고 가볍다. 삼성전기를 제외하면 1~5위권 업체가 전부 일본회사다.
MLCC는 세라믹 파우더를 걸쭉한 액체로 만들어 필름 위에 원하는 얇게 코팅하는 작업부터 전극을 띠는 금속파우더를 인쇄하고, 이 시트를 수백 겹 겹쳐 올린 후 10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낸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균열이라도 있으면 불량이 생긴다.
특히 전장용 MLCC는 모바일용 제품보다 높은 전압을 견뎌야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 가격도 모바일용 제품보다 4배가량 비싸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0년 삼성전기가 중국에 신규 생산능력을 확대해도 전장용 MLCC는 5년 내 공급부족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전장용 MLCC 부산 신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수요충족률(수요대비 공급비율)이 40% 수준에 불과해 전장용 MLCC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최근 MLCC 수요가 10배 늘어나는 동안 생산라인 증설은 수요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며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해서 바로 공급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급과잉 우려는 아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