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모델 3의 예약주문 물량이 1주일만에 32만5000대를 넘었다. 아직 전기차 시장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예약자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모델이 30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한 해 30만대 이상 팔리는 차는 도요타의 ‘캠리’와 ‘코롤라’ 딱 두 모델 뿐이다. 현대차의 대표 모델 ‘엘란트라’(아반떼)의 경우 작년 미국 판매량이 21만대다.
테슬라는 단 일주일만에 32만5000대라는 판매 성과를 거뒀다. 이를 매출로 환산하면 대략 136억5000만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15조75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놀라운 건 테슬라의 모델 3가 아직 출시된 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차를 만들 겁니다’라고 샘플을 보여준 게 전부다.
게다가 테슬라는 아직 모델 3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다. 지금껏 테슬라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적이 없다. 가장 많이 팔렸던 ‘모델 S’도 연간 판매량이 5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델 3에 대한 예약 보증금 1000달러(약 115만원)를 아낌없이 냈다. 테슬라는 미리 받은 보증금으로 공장을 짓고 모델 3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빨라야 내년 말에 차를 받을 수 있다. 2년 뒤인 2018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고, 어쩌면 3년 뒤에 차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포브스는 “이런 식의 판매 전략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모델 3에 대한 예약 판매 결과는 일반적인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분명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테슬라라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큰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 변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자동차가 일으키는 공기 오염도 심각하고요. 모델 3를 예약 주문했는지 답이 된 것 같은데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모델 3를 계획했다. 10년 전인 2006년 머스크는 한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거의 모든 신기술은 최적화되기 전까지는 초기의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고, 전기차도 예외일 수 없다. 테슬라의 전략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 고가 자동차 시장에 먼저 진출한 다음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모델로 최대한 빠르게 대중차 시장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의 말 대로라면 그동안의 과정은 모델 3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머스크는 고급 전기차인 ‘모델 S’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7만달러짜리 고급 전기차를 내놓는 게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머스크는 오히려 “모델 3 개발에 돈을 대준 모델 S와 모델 X의 구매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그는 지구 위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위해 테슬라를 창업했다. 머스크가 청정에너지를 확보한다는 목표로 태양광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하고, 언젠가 인류의 우주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를 세운 것과 마찬가지다.
어쩌면 테슬라의 모델 3는 인류의 전기자동차 시대를 열겠다는 머스크의 남다른 각오와 야심이 담겨 있는 자동차다.
영국의 BBC방송은 “우리는 이제 엘론 머스크라는 선구자가 전기차 시대의 지배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전기차 역사의 각주에 기록될 것인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