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했던 5명의 필리핀 환아 다린(남·4), 마리(여·4), 존칼(남·5), 트리샤(여·7세), 카를로(남·13)를 초청해 심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아이들 모두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
필리핀 라구나주 산타크루즈에 사는 존칼은 심실중격결손으로 태어날 때부터 좌우 심실 사이 벽에 구멍이 나 있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누워 있어야만 했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부모는 생후 2개월 때 병을 알게 되었지만 치료비용 때문에 제대로 손 한번 쓰지 않았다.
결국 존칼의 외할머니가 마지막 재산이었던 땅을 팔아 약값과 병원비를 부담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2010년 찾아온 태풍 ‘꼰선’의 피해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결국 존칼의 약값과 병원비가 부족했고, 존칼은 2010년 9월부터 1년 동안은 약을 전혀 먹을 수 없었고 그 후 몸은 더욱 악화되어만 갔다.
트리샤는 좌우 양 심방사이의 중간 벽에 구멍이 발생한 심방중격결손을 진단 받았다. 호흡은 힘들었고 얼굴은 항상 창백했고 무엇보다 힘이 없었다. 계속 방치하면 폐가 점차 망가져서 정상적인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며, 부정맥이나 혈전색전증이 발생해 뇌에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트리샤는 5명의 아이 중 태풍으로 인한 비 피해가 가장 컸다고 한다. 올 10월 초 큰 비를 동반한 태풍으로 트리샤 집은 물에 잠겼고 근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그 후 11월에 찾아온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그 피해는 더 커져만 갔고,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사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다섯 식구가 현재도 계속 지낸다 했다.
이처럼 5명의 아이들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필리핀 극빈층으로, 대게 부모들이 일용 노동직으로 벌이를 이어갈 뿐 다른 수입이 없었으며 1년에 30개 이상의 태풍이 가져다주는 비 피해는 이들 생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던 이들의 심장병 치료는 필리핀 라구나 주립병원를 찾아온 한국 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가능해졌다.
환아 5명은 한국 의료진 중의 한명이었던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로부터 수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초청받게 되었고, 지난 2일 한국에 입국, 한국심장재단의 도움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등의 모든 치료를 지원받게 됐다.
수술은 이번 달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박천수 교수의 집도로 시행되었다. 트리샤, 존칼, 카를로에게는 심장에 난 구멍을 막는 결손봉합술이 시행되었으며, 마리와 다린은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을 제거하여 폐동맥으로 가는 혈류를 좋게 하고 심실중격의 결손을 막아 정상적인 심장 구조를 갖게 하는 완전교정술을 받았다. 아이들 모두 완치되었고 현재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태진 교수는 “수술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 5명 아이 모두 수술을 잘 견뎌줘 고맙고,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친구들과 함께 힘껏 뛰어다닐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앞으로의 건강을 바랐다.
빠른 회복을 보인 트리샤와 카를로는 지난주 퇴원했으며, 다린과 마리, 존칼은 오늘 오전 퇴원해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간다.
존칼과 함께 한국으로 온 외할머니 셀비나(58)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형편이 안돼서 치료를 포기한 채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를 주시니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처음에는 무섭고 걱정도 컸지만, 이렇게 수술을 해 주시다니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 기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퇴원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등은 필리핀 심장병 환아 완치 잔치를 열어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이 모은 옷과 신발 등 320점을 전달했으며, 필리핀 환아들이 평소 가지고 싶었던 곰인형, 장난감 등을 선물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필리핀 선천성 심장병 환아 5명을 비롯해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뇌종양, 심장병,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 합지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아 11명을 현지에서 초청해 수술 등의 치료를 지원했고, 모두가 건강하게 고향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