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치계·시민사회·종교계 등 범야권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는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도를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외압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기춘 비서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원법 전면 개혁 및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막기위한 개혁입법을 단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하 연석회의 참가단들이 발표한 ‘국민에게 보내는 글’ 전문이다.
<전문>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문제로 온 나라가 1년 가까이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나라의 안위를 지켜야 할 정보기관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심지어 군사이버사령부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민주적 선거경쟁의 본질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뤄낸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위입니다.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대거 동원된 관권선거이며, 이러한 선거개입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헌정질서 훼손 사태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서울 경찰청의 수사 축소 은폐시도가 불법대선개입의 1단계라면 국정원이 공공연히 수사를 방해하고 정권 차원에서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특별수사팀장을 경질하는 등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는 지금은 불법대선개입의 2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발견되었다면,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비록 전 정권의 일이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도 거부하고 있으며, 정부는 사건의 축소와 은폐에 골몰하고 있어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히 도전받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소속, 정견, 종교의 차이에도 우리가 모인 이유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 앞에서 보수와 진보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가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연석회의’에 모인 우리는 앞으로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의 의지를 모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갈등과 대결을 종식시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건 해결에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즉각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첫째, 국가기관 선거개입의 전모와 은폐축소, 증거인멸, 수사방해 등 일체의 외압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정부는 검찰수사에 대한 방해와 외압 등을 즉각 중단하고 진상규명에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정부가 진상규명에 책임을 다하겠다면 증거인멸, 수사방해, 검찰수사 외압 등에 관련된 김기춘 비서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여·야 정당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등 관권선거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원법 전면개혁 및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개혁입법을 단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연석회의’ 참가자들은 향후 각계각층, 각 지역으로 시국선언 운동을 확산해나가도록 할 것이며, 온라인 민주주의광장을 개설하여 ‘1인 시국선언운동’ ‘특검법도입을 위한 서명운동’ ‘김기춘, 남재준, 황교안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가겠습니다.
수많은 시민의 피와 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우리 후대에게도 온전히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연석회의로 모아낸 우리의 의지가 앞으로 뜻 있는 모든 개인과 세력의 민주수호의 열망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은폐시도를 엄단하고 민주헌정질서를 지켜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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