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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방송이 뜬다"..취향따라 맞춤형

정태선 기자I 2012.06.22 10:44:13

이용자 다수, 미디어 책임감 피해갈까
편파적인 콘텐츠, 안티도 많아
제작자 `영리한 편파성` 숙제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중립적이고 공정한 방송이 추앙받던 시대는 지났다.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취향이 중요한 세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덕분이다.

◇대놓고 편파 중계=올해 프로야구 시즌에 유난히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바로 올레TV의 편파중계 CF다. 여기서 편파중계란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단의 해설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중계 서비스를 뜻한다.

아프리카 TV, 판도라TV 등에서 비전문가이 진행했던 편파중계가 제도권으로 부상한 격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처지에서 편파해설이나 중립해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방송은 기존 사고방식을 깨는 것. 기존 스포츠 경기 해설자라면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경기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냉정한 분석력이야말로 해설자에게 반드시 요구되던 덕목이었다. 반면 편파중계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팀의 입장에서 중계를 듣고 싶어한다는 점을 노렸다. 기존 해설자와 달리 편파중계에서 해설자의 능력은, 우리 팬들의 감정을 얼마나 잘 대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정치적 콘텐츠부터 기업 방송까지= 스포츠에 편파중계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면,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콘텐츠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이미 대중화됐다. 아이튠즈 세계 팟캐스트 내려받기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나는 꼼수다`가 대표 사례. 스스로 `지하방송`, `해적방송`, `편파방송`을 표방했다. 공정성이나 사실 확인 여부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호응은 열광적이다.

기업에서 제작하는 동영상 뉴스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이 등장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의 동영상 블로그 네파TV의 `내 맘대로 뉴스`. 기존의 홍보자료와 소재는 일면 비슷해 보이지만 표현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 "쪽대본,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제작비 좀 제대로 써라!", "야근 좀 그만 시켜라!" 등 코믹한 패러디의 틀을 빌어 경쟁사 제품을 비꼬기도 한다.

◇편파방송 왜 뜨나= 편파방송은 내용은 편파적이지만 다루는 방식이 참신하다는 평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공중파 채널에서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고, 9시 뉴스를 봐야만 정치뉴스를 접하던 시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수많은 미디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시대에 시청자들은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더욱 솔직하다. 편파방송은 바로 이런 이용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콘텐츠인 셈이다.

대중매체와 달리, 무작위 대중(mass)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점에서 더 자유롭게 표현한다. 솔직함이 차별화를 위한 무기가 되고, 편파적인 것이 하나의 미학이 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스포츠 편파중계나 정치적 주장을 담은 팟캐스트 방송은 기존 매스미디어의 중계방송이나 언론 보도 양식을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흉내 내는, `패러디 장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이용자의 수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미디어로서의 책임감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파적인 콘텐츠는 마니아들의 강한 애정만큼이나 격렬한 안티를 몰고 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마니아가 열광하는 `영리한 편파성`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겐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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