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6일 영업정지 된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8시30분께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 부실수사가 시작된 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밀항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밀항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해경은 밀항 알선책으로 알려진 박모(51)씨와 엄모(53)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했다.
지난 1일부터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부산에 사는 박씨와 엄씨의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를 밀항시킨다는 첩보가접수됐다.
박남희 해경 외사과 수사계장은 경찰 10명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3일 아침부터 궁평항에 도착해 경찰 7명을 낚시꾼으로 위장시켰다.
또 2명을 선장, 선원으로 잠복시키기도 했다. 이날 낮이 되자 박씨와 엄씨가 궁평항 선착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의 밀항을 주선한 이모(53)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저녁 8시20분께 고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궁평항에 도착했다.
그는 남색 곤색 점퍼차림에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 남성이 경찰이 잠복해 있는 9t급 소형 어선에 탑승하자, 낚시꾼으로 위장한 경찰은 저녁 8시30분께 선착장에 있던 알선책 박씨와 엄씨, 이씨를 덮쳐 차례로 검거 했다.
곧바로 소형 어선을 타고 있던 고위급 관계자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하려 했던 알선책 오모(49)씨를 체포했다. 불과 20분만에 모든 체포가 이뤄졌고 저항은 없었다.
밀항 계획이 성공했다면 이들은 어선을 타고 공해상에서 화물선으로 옮겨탈 계획이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체포 당시 5만원권 240장, 총 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고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 중에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밝혀졌다.
김 회장은 해경 조사에서 “밀항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이사장(알선책 이씨)이 이 곳에 내려오라고 해서 그냥 배에 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경은 5일 오후 6시께 김 회장의 신병을 부실저축은행 수사를 맡은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으로 넘겼다.
해경은 알선책 이씨 등 4명에 대해서는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회장은 3일 오전 밀항을 시도하기에 앞서 현금 130억원과 수표 70억원을 불법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회장은 198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의 장본인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서울대 법대 복학생으로서 활발한 교내 활동을 펼쳐 당시 법대 내 최고의 마당발이자 든든한 형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법대는커녕 대학 문턱도 가보지 못했다.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수년간 모두를 감쪽같이 속였다.
나중에 전모가 드러났지만 과대표까지 맡았던 학생이 가짜라는 사실에 동료들조차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의 당사자였던 김 회장은 이번에는 저축은행 부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밀항까지 시도하는 비겁한 인생의 주인공이 됐다